골무원·1588·고라니…“애칭의 주인을 아십니까?”

입력 2020-05-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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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니오, 포항 일류첸코, 대구 최영은(왼쪽부터). 사진 | 스포츠동아DB, 한국프로축구연맹

예전 스포츠 스타의 애칭은 묵직했다. ‘국보급’을 비롯해 ‘폭격기’, ‘수호신’, ‘해결사’ 등을 붙여 무게감을 더했다. 약간은 거친 호칭으로 선수의 위상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름을 살짝 비틀거나 지역 명칭을 덧대기도 했다. 쌍방향 소통이 힘든 시절, 이들 애칭은 대개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졌다.

소셜 미디어가 대중화된 요즘은 조금 다른 양상이다. 작명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보니 시시각각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무게감보다는 재치가 돋보인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듣고 보면 씩 미소 짓게 되는 애칭들이 많다. 2020시즌 K리그 무대에도 재미난 애칭들이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그 중 ‘골무원’, ‘1588’, ‘고라니’ 등이 인기다.

‘골무원’은 ‘골’과 ‘공무원’의 합성어다. 골을 성실하게 넣는 공격수를 지칭한다. 호날두(유벤투스) 등이 대표적인 골무원이다. K리거 중엔 브라질 출신 주니오(34·울산 현대)에게 붙여졌다. 초반 골무원다웠다. 개막 이후 2경기 연속 2골 등 3경기·5골로 K리그1(1부) 득점 선두다. 4년차 K리거인 그의 올해 목표는 팀 우승은 물론이고 첫 득점왕 등극이다. 2018년 22골, 2019년 19골 등 탁월한 골 감각을 과시하고도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그가 골무원의 이름값을 할지 주목된다.

콜 센터가 연상되는 ‘1588’은 포항 스틸러스 외국인 선수들 조합이다. 일류첸코(러시아)와 오닐(호주), 팔로세비치(세르비아), 팔라시오스(콜롬비아) 등의 이름 앞자리를 따서 붙였다. 홈구장인 스틸야드 개장 30주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 이들 외국인 선수들이 1588이라는 팻말들을 들고 촬영에 나선 것이 화제가 됐다. 기량도 만족스럽다. 스트라이커 일류첸코와 공격형 미드필더 팔로세비치는 나란히 2골을 넣었고, 수비형 미드필더 오닐과 측면 공격수 팔라시오스도 제 몫을 다했다. 현재 6위 포항의 올 시즌 성적도 1588의 활약여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라니의 울음소리도 화제다. 대구FC 골키퍼 최영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기 내내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 ‘최고라니’로 불린다. 수비수 이름을 부르며 위치를 조정하거나 동료를 격려하는 외침이다. 팬들이 그의 성대를 걱정해 목에 좋은 선물을 건넨다고 한다. 주전 골키퍼 조현우가 울산 현대로 이적하면서 기회를 잡은 그는 3경기·3실점으로 그런대로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0점대 실점률이 올해 목표다.

이들 이외에도 대구와 홈 개막전서 세징야를 밀착 마크한 인천 유나이티드 라시드 마하지(호주)는 ‘마하지우개’, FC서울을 상대로 멋진 터닝슛을 성공시켜 화제를 뿌렸던 강원FC 조재완은 ‘회오리감자’, 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연상시키는 거침없는 돌파로 주목받은 성남FC 홍시후는 ‘홍시포드’라는 애칭을 얻었다. 사령탑 중에선 성남 김남일 감독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이끄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연상시키는 검은 수트 차림 때문에 ‘남메오네’라고 불렸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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