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렸고, 그 믿음에 마침내 보답했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타자 타일러 살라디노(31)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공수 양면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이 지난 3년 간 부동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총 86홈런을 기록한 다린 러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대체자로 살라디노를 낙점한 이유는 간단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5시즌(2015~2019시즌)을 뛰며 3루수(101경기)와 유격수(97경기), 2루수(76경기)는 물론 외야(10경기)와 1루(6경기)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한 만큼 다양한 조합을 기대할 수 있었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 타선 연결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5월 23일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128(39타수5안타), 1홈런, 2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타율이 아닌 출루율이 0.217에 그치며 생산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5월 21일 대구 LG 트윈스전 7회 1사 1루에선 대타 박찬도와 교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루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 좌익수까지 소화하며 어떻게든 힘을 보태고자 노력한 점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노력은 통했다. 5월 2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2일 잠실 LG전까지 6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고, 최근 4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 기간에만 23타수11안타(타율 0.478), 2홈런, 10타점의 불망망이를 휘두르며 팀이 6승1패를 거두는 데 일조했다. 팀 승리에 공헌하는 것만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요소도 없다.
2일에는 3번타자 좌익수로 출장해 결승 2타점 2루타에 안정된 수비까지 뽐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어두웠던 표정도 몰라보게 밝아졌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허삼영 삼성 감독이 강조하는 디테일과도 궤를 같이한다. 한층 유연하게 야수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허 감독은 “살라디노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며 “배트의 결대로 타격하는 유형인데, 밀어친 안타가 나오면서 밸런스를 잡았다. 힙턴도 빨라졌다.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살라디노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고 돌아보면서도 “기술적으로 큰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 몸의 밸런스가 잡히고 타이밍이 조금 빨라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