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불펜야구로 본 시즌 개막 이후 한 달

입력 2020-06-04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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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21세기 야구는 ‘불펜야구’다. 갈수록 경기 후반의 중요성이 커져서 제 아무리 뛰어난 공격력과 선발투수진을 갖추고 있어도 7회 이후 불펜싸움에서 밀리면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최근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도 “지난 10시즌 동안 홀드와 세이브 부문 상위권 선수 없이 가을야구에 나간 팀은 2018년 SK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해 SK 소속 신재웅과 박정배는 각각 세이브 부문 7위와 11위, 정영일은 홀드 부문 공동 12위에 올랐다.

기억은 가끔 실수를 범하지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염 감독의 발언이 맞는지 최근 10년간 한국시리즈(KS) 진출팀의 구원 및 홀드 부문 순위를 살펴봤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도움을 받았다.

2009년 KIA 타이거즈부터 2016년 두산 베어스까지 KS우승팀에는 세이브와 홀드 부문 톱5 안에 드는 투수가 최소 한 명씩은 있었다. 2017년 KIA는 예외였다. 김윤동이 세이브 9위, 신동섭이 홀드 공동 13위였는데도 우승했다. 2019년 두산 역시 이형범과 함덕주가 각각 세이브 7위와 10위, 박치국과 윤명준이 홀드 공동 15위였음에도 당당히 정상에 섰다.

요즘 페넌트레이스는 3연전 동안 상대팀 불펜을 얼마나 소모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감독들은 비시즌 동안 탄탄하면서도 충분한 가용인원을 갖춘 불펜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이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중심적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 순위경쟁에서 뒤처진다.

올해 한화 이글스의 부진이 대표적이다. 초반에 선발투수들이 잘 버텼지만 불펜이 약해 허무하게 역전패한 경기들이 많았다. 3일 현재 한화 불펜의 평균자책점(ERA)은 6.23으로 전체 8위다. 설상가상으로 부상당한 야수들이 속출하면서 방망이마저 주춤거리자 연패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KT 위즈와 함께 팀 타율이 3할을 넘고 선발투수진도 탄탄해 잘 버티고 있지만, 언제 뒤가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경기가 많다. 불펜 ERA는 7.36으로 9위다. KS까지 가려면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든 기존 선수의 각성이든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KT도 마찬가지다. 3일 현재 팀 타율 1위(0.308)지만, 팀 ERA는 꼴찌(5.66)고 불펜 ERA 역시 7.68로 최하위다.

타격에는 늘 사이클이 있게 마련이다. 잘 될 때는 불처럼 타오르다가도 한 번 사그라지면 정점으로 되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감독들은 타격에 크게 기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LG는 소방수 고우석의 부상으로 걱정이 컸지만, 정우영과 이상규가 번갈아가며 뒤를 지켜줘 개막 이후 한 달을 잘 버텼다. 불펜 ERA도 유일하게 3점대(3.59)다. ESPN의 파워랭킹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선두 NC 다이노스도 투타가 안정된 팀이다. 팀 ERA는 홀로 3점대(3.91)고, 팀 타율은 3위(0.297)다. 불펜 ERA는 4.91로 3위다.

NC와 LG가 당분간 안정적으로 페넌트레이스를 이끌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게 144경기 페넌트레이스다. 이제 곧 장마가 찾아오고 경기일정이 불규칙해지면서 체력이 떨어질 시기가 찾아온다. 첫 번째 변곡점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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