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브리핑] ‘이럴 수가…’ 플라이 공포에 사로잡힌 삼성의 4회 수비

입력 2020-06-04 2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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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원석. 스포츠동아DB

평범한 뜬공이 모두 안타로 둔갑하면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삼성 라이온즈가 4일 잠실 LG 트윈스전 4회말 ‘플라이 공포’에 사로잡히며 대량실점의 늪에 빠졌다.

3회까지 이미 0-6, 큰 점수차로 끌려가던 삼성은 4회말 추가 5실점하며 완전히 녹다운됐다. 선두타자 김현수의 평범한 뜬공을 중견수 박승규가 잡지 못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타구의 낙하지점을 놓친 것이 원인이었다. 이어진 채은성의 강한 땅볼 타구를 3루수 이원석이 잡지 못해 주자가 2명으로 불어났다. 타구가 빨랐지만 야수의 정면을 향했기에 기록은 실책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원석은 타구에 오른손 엄지를 강타당해 교체 후 병원으로 이동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낼 수 있던 상황이 무사 1·2루 둔갑하자 선수들은 동요했다. 후속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의 뜬공도 평범했다. 박승규와 유격수 이학주가 타구를 쫓았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타구는 좌익수 박찬도의 왼쪽에 떨어졌다. 삼성 야수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이었다.

이어진 김민성의 타구도 우익수 김헌곤이 포구지점을 놓친 탓에 2루타가 됐다. 조명에 타구가 가린 듯 판단에 어려움을 겪다가 간신히 위치를 잡았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글러브를 외면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외야 수비력을 자랑하는 김헌곤도 외부요인이 개입하니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이 상황까지 뜬공과 관련한 실책은 단 한 개도 기록되지 않았으니 삼성으로선 더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크게 흔들린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은 유강남에게 2점홈런을 허용하는 등 대량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4이닝 동안(80구) 14안타(1홈런) 3삼진 11실점(8자책점)을 기록한 뒤 물러난 백정현은 21일만의 복귀전에서 타선과 수비는 물론 외부환경의 도움조차 받지 못했다. 2회말 2사 2·3루서 이천웅을 땅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으나, 1루수 타일러 살라디노가 이를 놓치며 2루타를 만들어준 것도 초반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살라디노의 수비력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LG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우익수 채은성이 2-0으로 앞선 3회초 박승규의 타구를 놓친 것이 빌미가 돼 2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역시 타구가 조명과 겹친 것이 문제였다. 중견수 이천웅의 빠른 커버 덕분에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지만, 초반 좋았던 흐름이 꺾일 수 있었던 위험스러운 상황이었다.

삼성 입장에선 이원석이 큰 부상을 피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삼성 홍보팀 관계자는 “(이원석이) 엑스레이 및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골절은 보이지 않는다. 붓기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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