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수단. 사진제공 | 스포츠코리아
류지혁은 두산의 ‘슈퍼 백업’으로 불렸다. 팀이 필요할 때면 내야 전 포지션을 종횡무진 누비며 공백을 메웠다. 지난 3년간 팀의 432경기 가운데 총 371게임에 나선 비결이 그것이다. 그뿐 아니라 공격력도 준수해 타선 약화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팀에선 그야말로 보배같은 존재였다.
두산 소속이라는 자부심도 대단했다. 타 팀에선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을 것이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지금이 주전으로 올라서기 위한 과정이다”, “이렇게 좋은 팀에 있기에 나 같은 선수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본다”, “팀을 잘 만났다”고 오히려 의연함을 보였다. 지난해 5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는 “지금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모습으로 경기에 나가고 싶다. 나는 두산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지, 다른 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팬들이 아쉬워하는 이유도 류지혁이 얼마나 팀을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KIA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벼야 한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에 충격이 클 법했지만, 류지혁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곧바로 조계현 KIA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 마디를 전했다. “저 류지혁입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에서 하든 똑같은 야구라는 말이 있듯, 새롭게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보이겠노라고 굳게 마음먹은 것이다. 전화를 받은 조 단장도 “무척 흐뭇했다”고 상황을 돌아봤다.
조 단장은 류지혁을 두고 “전투력과 기동력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선수라고 판단했다”며 “주 포지션은 유격수인데, 우리팀의 취약점이 3루다 보니 3루수로 적응시킬 것이다. 박찬호와 김선빈이 조금 피로를 느끼면 유격수와 2루수도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맷 윌리엄스 감독이 선호하는 기동력과 파이팅, 승부욕도 눈여겨봤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류지혁은 9일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1군에 등록돼 KIA맨으로서 본격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등번호는 51번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