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고 올린다? 허문회 감독의 콜업 철학, 신중 또 신중

입력 2020-06-10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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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단과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신중함에 신중함을 더한다. 흔하게 쓰는 카드인 엔트리 교체지만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성적과 육성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다.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48)의 엔트리 운용이 조심스러운 이유다.

롯데의 시즌 31차전인 10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까지 1·2군 엔트리 변경은 단 12명에 불과하다. 이승헌, 고효준, 민병헌은 부상으로 인해 불가피한 1군 말소였다. 이를 제외하면 순수 엔트리 변경은 9명에 그쳤다. 리그에서 압도적인 최저치로 8일 한화가 10명의 선수를 단숨에 말소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부진한 선수도 하루아침에 엔트리에서 빼지 않는다. 팀이 연패 중일 때는 새 얼굴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허 감독은 뚝심 있게 기존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고, 최근 다시 상승궤도로 진입했다. 첫 30경기 동안 선수들의 색깔을 파악하고 나름의 퍼즐을 맞추며 이런 철학은 더욱 굳어졌다.

10일 경기에 앞서 향후 대체선발이 필요할 경우 플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허 감독은 “기존 선수가 안 좋을 때는 당연히 2군 코칭스태프의 추천을 받아 좋은 선수를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1군에 A라는 선수가 흔들리고 2군에 B라는 선수가 좋다고 가정하자. A의 컨디션이 안 좋다고 B를 바로 쓸 수는 없다. B가 A보다 확실히 나아야 한다. 여러 가지 잣대를 두고 저울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2군급 선수가 1군에 합류하면 대타, 대수비, 추격조로 기용된다. 하지만 허 감독은 ‘반쪽짜리 선수’를 만들 수 없다는 철학이다. 올 시즌 몇 안 되는 콜업 선수인 오윤석, 강로한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줬고 이들은 최근 맹활약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한두 타석의 기회만 제한적으로 줬다면 이런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주축으로 낙점한 선수들이 1군에서 활약하는 사이 2군 자원들은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출장하며 경험치를 쌓는다. 1군 자원이 흔들릴 때 이들을 불러올려 적극적으로 기회를 줄 예정이다. 롯데는 올해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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