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갑포차’ 황정음이 고단한 인연의 굴레 속에서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11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쌍갑포차’ 8회에서는 오해, 상처, 배신으로 인해 소중한 인연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먼저, 지금껏 좋아하는 남자들은 손끝만 닿아도 도망갔지만 유일하게 한강배(육성재)는 굴하지 않고 다가오자, 자신이 강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결론을 낸 강여린(정다은). 서로를 더 알게 되고 가까워지면 그 호감마저 사라질 것이란 생각으로, “저 한강배 씨 안 좋아해요”라며 먼저 선을 그었다.
월주(황정음)와 귀반장(최원영)은 웹소설 ‘줄리엣의 유혹’에 빠져있었다. 고전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을 새롭게 재해석, 줄리엣이 사랑과 조건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였다. 여린에게 상처를 받고 설상가상으로 귀신까지 보게 된 강배는 이 소설의 작가 얼음마녀 집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월주와 귀반장은 작가의 사망으로 연재가 중단된 소설 최종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집을 찾아갔다. 필명 얼음마녀로 글을 쓰던 보라(한소은)는 사망 후 지박령(땅에 얽매어있는 영혼)이 되어 있었고, 그 사연을 들어주겠다는 강배의 설득에 마음을 열었다.
심장병을 앓고 있어 바깥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보라는 웹소설로 세상과 소통했다. 물건도 택배로만 받아보던 그녀는 어느 순간 자연스레 택배 기사 도영(신현수)과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자신이 19금 막장 소설 ‘줄리엣의 유혹’을 쓴 작가라고 밝힐 자신이 없었다. 이 소설에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하던 보라는 편집자에게 “택배기사가 성에 차겠어요? 당연히 수준이 안 맞지? 그냥 좀 이용해 먹으려고 한 건데, 그쪽에서 죽자 살자 매달리니까 귀찮다”는 내용을 설명했는데, 이를 우연히 엿듣게 된 도영은 이를 오해해 떠나고 말았다. 결국 보라는 사랑을 잃고 심장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도영을 생각하며 최종회를 썼다는 보라는 이를 도영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월주, 강배, 귀반장이 들어간 도영의 ‘그승’은 연극 무대로 꾸며졌고, ‘줄리엣의 유혹’ 최종회가 펼쳐졌다. 처음엔 돈 때문에 접근했던 줄리엣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택배기사’ 로미오에게 돌아왔다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이야기를 본 도영은 오해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라의 영혼이 머물고 있는 집을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도영이 오해 때문에 평생 상처를 안은 채 살지 않길 바라는 보라 또한 월주를 통해 “당신은 나에게 행복한 기억을 준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진심을 전할 수 있었다.
보라는 저승으로 떠나기 전, 월주에게도 “생전에 월주님처럼 제 얘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는 고마움을 전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법”이라던 월주는 전생을 떠올렸다. “손가락에 담을 만큼 작고 선명한데도 직접 내 손으로 거두어 집에 가져갈 수가 없다”는 면에서 달과 월주(박시은)가 닮았다며 사랑을 고백했던 세자(송건희). 월주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저하께선 중전마마의 뜻에 따라 혼사를 진행하겠다 하셨습니다. 아마 오늘 당신에게도 그 얘기를 하려고 만나자 하셨을 겁니다”라는 김원형(나인우)의 말이 마지막이었다. 온 세상이 등돌린 순간, 가장 믿었던 두 사람 중 한 명은 먼저 죽고, 남은 한 명은 날 배신한 상처가 남아있는데도, 월주는 죽어서도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자신의 처지가 우스울 뿐이었다.
50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지금은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하라는 강배와 귀반장이 자신의 곁에 있었지만, 월주는 이들과 깊어질수록 인연의 업보가 두려워졌다.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는 너처럼 내 마음도 미웠다가 그리웠다가 오락가락한다”며 달에게 말을 건넨 월주는 아직 세자를 잊지 못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사랑이든, 미움이든, 그리움이든. 만나는 인연 하나하나가 결국 또다시 업보가 돼서 발목을 잡으니. 나 좀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라. 또 정들기 전에”라며, 애써 억누르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월주의 유일한 소원을 이뤄질 수 있을까.
한편,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강배와 귀반장의 뒤를 쫓아가던 악귀 원형의 아버지가 염부장(이준혁)이라는 충격 사실이 밝혀졌다. 500년 전 전생 서사에 염부장까지 연관돼있음이 드러난 것. 2막의 시작부터 새로운 떡밥이 쏟아지고 있는 ‘쌍갑포차’, 다음 이야기에 관심이 쏠린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