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과 안정, 기록에 없는 ‘지성준 롯데 데뷔전’의 가치

입력 2020-06-12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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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6이닝 3타석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하지만 수개월째 달리던 숱한 의문부호를 어느 정도 지워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지성준(26)은 롯데 자이언츠 데뷔전에서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안정감, 그리고 자신감을 동시에 증명했다.

지성준은 11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1군 콜업됐다. 정보근이 갑작스런 장염 증세를 보여 급히 빠져야 한 탓에 부랴부랴 짐을 쌌다. 지난 스토브리그 한화와 롯데의 2대2 트레이드 때 유니폼을 바꿔 입은 뒤 첫 1군 등록이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지성준을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한 뒤 “나처럼 반쪽짜리 선수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수비가 좋아지면 올릴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첫날부터 곧장 선발 마스크를 썼고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채 안방을 김준태에게 넘겨줬다. 아직 한국야구에서 수비를 판단할 지표는 많지 않다. 포수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중계화면이나 기록에 잡히지 않는 세세한 플레이에서 지성준의 가치가 빛났다.

우선 타석에서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1회 첫 타석 2사 1루 기회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회 무사 1·2루서는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그리고 5회 2사 만루에서는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이적 후 첫 타점까지 신고했다.

롯데 관계자는 경기 전 “(지)성준이가 최근 2군에서 타격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6월 4경기서 타율 0.400(10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조금씩 상승궤도에 오르고 있었다. 오히려 이 점이 우려됐다. 어렵게 찾아온 1군 기회에서 과한 의욕을 보인다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성준은 타석에서 침착함을 유지했다. 허 감독이 경기 전 “하던 대로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한 걸 100% 이행했다.

안방에서는 배짱과 여유에 주목할 만하다. 이날 롯데 선발 서준원은 개인 최다 타이인 4사구 5개를 내주는 등 고전했다. 1회와 2회, 4회에 연이어 1사 만루 기회를 내줬다. 하지만 지성준은 서준원의 변화구를 제대로 블로킹해줬다. 이날 중계석에 앉은 장정석 KBSN 해설위원도 “쉽지 않은 바운드인데 지성준이 거듭 잘 막아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인터벌이 길어지자 본인이 먼저 투수의 흐름을 끊어주는 장면도 몇 차례 보였다. 제구가 흔들리는 서준원에게 승부처마다 최대한 속구 위주의 사인을 낸 것도 과감하게 적중했다. 한화 타자들의 사이클이 워낙 떨어진 상황이라 제구가 흔들렸던 서준원도 자신있게 던졌고 무실점으로 이어졌다.

첫 경기, 그나마도 경기 도중 교체됐다. 이걸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약점을 지웠다는 점에서 의미는 분명한 경기였다. 롯데의 포수 옵션이 하나 더 추가됐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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