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진 않았다. 2021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좌완 영건의 맞대결. 두 투수 모두 컨디션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위기관리능력으로 기대 받는 이유를 증명했다.
강릉고는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2일차 광주일고와 1회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까지 합세해 장사진을 이뤘다. 대회 관계자가 “1라운드부터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쏠린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감탄했다.
양 팀 투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강릉고는 김진욱, 광주일고는 이의리(이상 18)를 1라운드에 출격시킬 게 확실했다. 김진욱은 지난해 21경기에 등판해 91이닝을 소화하며 11승1패, 평균자책점(ERA) 1.58로 호투했다. 삼진 132개를 뽑아내는 동안 19개의 4사구만 허용하며 완성형 투수라는 기대를 받았다. 지난해 고3이었던 소형준(KT 위즈)을 제치고 ‘제2회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의리도 지난해 11경기에서 28이닝을 책임지며 3승무패, ERA 0.64로 눈길을 끌었다. 최고 140㎞대 후반의 강속구로 즉시 전력감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강릉고는 선발로 엄지민을 내세웠지만 일종의 ‘오프너’였다. 김진욱은 1회초 광주일고 선두타자 윤도현이 2루타로 출루하자 곧장 몸을 풀었고, 이어진 2사 만루 위기에 올라 이현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날 경기를 시작했다.
광주일고 선발로 나선 이의리는 1회 볼넷과 2루타로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두 타자를 깔끔하게 잡았지만 강릉고 5번 김선우에게 좌중간 2루타로 2점을 먼저 빼앗겼다. 5회까지 추가실점을 억제한 이의리는 6회에만 3점을 더 내주며 최종 5.2이닝 6안타 3볼넷 9삼진 5실점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진욱은 6이닝 7안타 4사구 3개 7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회 첫 등판 상황을 시작으로 2회와 3회 연달아 만루 위기에 내몰렸지만 실점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2학년 때부터 강점으로 꼽히던 경기운영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김진욱은 이날 104구를 던졌고 최고구속은 143㎞까지 나왔다. 슬라이더와 투 피치 위주의 투구였는데 전체적으로 제구가 안 됐음에도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해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이의리는 103구를 던졌는데 최고구속은 147㎞로 조금 더 높았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목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