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좌완 유망주’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김진욱(18·강릉고)의 경기운영능력은 기대이상이었다.
강릉고는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2일차 광주일고와 1회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경기 전부터 2021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김진욱과 이의리(광주일고)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강릉고 선발 엄지민이 1회 2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김진욱이 등판했다. 김진욱은 첫 타자 이현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날 경기를 시작했다. 2회에는 2사 후 2안타에 볼넷으로 만루에 몰렸지만 다시 한 번 삼진. 3회에도 안타와 몸에 맞는 공, 번트와 다시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연속 뜬공으로 상대 타선을 침묵시켰다. 최종 결과는 6이닝 7안타 4사구 3개 7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104구였고 최고 143㎞의 속구에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다.
김진욱은 수원북중을 졸업한 뒤 강릉고로 진학했다. 전학생 신분인 탓에 1차지명 대상에서 제외된다. 2021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권은 지난해 최하위였던 롯데 자이언츠의 몫이다. 성민규 롯데 단장도 이날 경기장을 찾았다. 성 단장은 “올해 KBO리그에 구창모(NC 다이노스), 소형준(KT 위즈) 등 젊은 투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마추어에서도 명품 투수전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진욱에 대해서는 “올해 개막전이자 첫 등판 아닌가. 2사 만루 상황에 등판했기 때문에 아무리 김진욱이라도 긴장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는, 그런 운영을 보러 왔다. 운영만큼은 베테랑이다. 오늘 온 본전을 뽑았다”며 밝게 웃었다.
물론 아직 김진욱의 행보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롯데의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후 만난 김진욱은 “오늘 결과는 맘에 들지 않는다. 4사구야 몸쪽 승부를 하다보면 나올 수 있는데 피안타가 너무 많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올해 첫 전국대회였고 광주일고라는 좋은 팀을 만나 긴장이 됐다. 또 잘하려고 몸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대회가 계속 밀렸다. 3~4월에 맞춰 몸을 만들었는데 조금은 사이클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최재호 강릉고 감독도 “내가 본 (김)진욱이 중에 가장 아쉬웠다. 이날 경기를 계기로 잘 다듬어 다음 등판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적인 관심이 이어지는 상황. 김진욱은 “2학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때 이미 부담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지금은 익숙하다. 딱히 부담은 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각오를 다졌다.
목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