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MVP] ‘난세의 영웅’ 한화 노태형의 세상 가장 소중했던 안타

입력 2020-06-14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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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전날 우천으로 취소된 서스펜디드 경기가 열렸다. 9회말 2사 2,3루 한화 노태형이 끝내기 안타를 치고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야말로 ‘난세의 영웅’이었다. 한화 이글스의 KBO리그 역대 최다연패 불명예를 막아낸 이는 1군 ‘초짜’ 노태형(25)이었다. 모든 부담을 짊어지고 나선 타석에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방을 쳐냈다.

북일고를 졸업한 노태형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전체 104순위)에 한화의 지명을 받았지만 지난해까지 1군 기록이 전혀 없었다. 입단 첫해 8월 잠시 1군 엔트리에 들었지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2군으로 내려갔다. 그 뒤로도 1군 무대는 꿈으로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 2017년 현역으로 입대해 강원도 11사단에서 복무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았다. 그 덕에 1군 무대에서 기록을 남길 기회가 찾아왔고, 5월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처음으로 타석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이달 1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4타수 2안타로 타격 재능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기간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세운 역대 최다 18연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바람에 개인의 기쁨은 잠시 접어둬야 했다.

역대 최다연패 신기록의 불명예만큼은 피해야 했던 14일 대전 두산 베어스와 서스펜디드 게임.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노태형의 좋은 타격감을 믿었다. 4-5로 뒤진 6회말 김민하 타석에 노태형을 대타로 내보냈다. 첫 타석에선 두산 박치국의 빠른 공을 이겨내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고, 2번째 타석에선 베테랑 이현승과 치열한 승부 끝에 볼넷을 얻었다.

운명의 장난일까. 6-6으로 맞선 9회말 2사 1·2루서 타석에 서게 됐다. 모든 시선이 노태형에게 집중됐다. 상대의 폭투로 2사 2·3루가 되자 덕아웃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노태형이 느낀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을 터. 볼카운트도 불리하게 전개됐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볼카운트 2B-2S서 두산 함덕주의 6구째 시속 142㎞짜리 직구를 가볍게 밀어쳐 유격수 왼쪽을 꿰뚫는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1루를 밟은 노태형은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다. 동료들 모두가 그를 얼싸 안았다.

노태형은 “야구선수로서 꿈꿔온 순간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 긴 연패를 끊는 데 일조한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며 “‘오늘 야구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겠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2스트라이크 이후 가볍게 스윙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계속 1군에서 활약하고 싶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끝내기안타 하나였겠지만, 노태형에게는 침몰하던 한화를 구한 천금의 일타였다.

대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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