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20일 홈에서 열린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의 복귀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1-1 무승부)은 성공적이었다. 풀타임을 뛰면서도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체력적인 준비가 잘 돼 있었다. 또 실전 공백에 따른 경기력 저하도 없었다. 4개월 만에 돌아온 손흥민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대개 부상 선수의 복귀전은 트라우마 극복여부에 초점이 맞춰진다. 손흥민은 2월 중순 애스턴 빌라전에서 오른팔 골절상을 당해 수술까지 받았다. 재활이 완벽했어도 막상 실전에서는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다행히 그런 트라우마는 없었다. 체력적인 준비와 함께 심리적인 안정도 찾은 것이다. 4-2-3-1 포메이션에서 왼쪽 날개로 나선 그는 경기 내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손흥민은 4번의 드리블 돌파와 4개의 가로채기, 2차례의 태클을 시도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전담 키커로 나선 점도 눈에 띈다.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을 주도했다. 지난해까지는 해리 케인의 몫이었다. 이는 컨디션과 함께 자신감의 방증이기도 하다. 팀 전체 슈팅 10개 중 손흥민이 4개를 기록했다. 팀 내 최다다. 유효슈팅도 2개다. 그 중 가장 아까운 게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전반 31분 헤더였다. 선제골을 넣은 스테번 베르흐베인이 문전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왼쪽에 자리 잡은 손흥민이 가장 안정된 자세로 완벽하게 헤딩을 시도했지만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의 선방에 막혔다.
경기 후 호평이 이어졌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7.9점을 부여했다.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이다. 동시에 최우수선수에 해당하는 ‘맨오브더매치(MOM)’에도 선정됐다. 주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동안 부상자가 많아 힘들었는데 케인과 손흥민, 시소코가 오랜만에 돌아와 90분을 소화해 정말 행복하다.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토트넘의 다음 상대는 웨스트햄이다. 24일 홈에서 31라운드를 갖는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원정 경기로 열린 웨스트햄전(3-2 토트넘 승)에서 1골·1도움을 기록했다. 당시 무리뉴 감독에게 토트넘 데뷔 첫 승을 안겼다. 손흥민 입장에선 기분 좋은 상대다. 현재 리그 9골인 손흥민은 웨스트햄을 상대로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도 노린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