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브리핑] 이강철 감독이 한승지를 콜업한 이유

입력 2020-06-21 16:1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퓨처스(2군)리그 10경기서 승리 없이 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8.69. 냉정히 말해 1군으로 불러들이기에 충분하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이강철 KT 위즈 감독(54)은 한승지(23)를 콜업했다. 2011년 김진우(당시 KIA 타이거즈)의 사례에서 얻은 경험 때문이다.

2002년 해태(KIA의 전신)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진우는 2007년까지 6시즌 동안 132경기서 47승을 거뒀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 심리적 슬럼프가 이어지며 팀을 이탈하기도 했다. 돌고 돌아 2010년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긴 공백 탓에 활약을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KIA 투수코치였던 이 감독은 2011시즌 조범현 감독에게 김진우의 콜업을 제안했다. 2군에서 기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조 감독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감독은 “지금 콜업해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해야 동기부여가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실제 김진우는 2011년 1군 10경기서 승리 없이 1패2세이브, ERA 5.19를 기록했으나 2012년 24경기서 10승5패, ERA 2.90으로 부활했다. 2011년의 자극이 이듬해 활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승지를 콜업한 이유도 비슷했다. 선수가 2군에만 그대로 젖어있으면 안 된다는 철학이다. 이 감독은 매번 “1군에 있으면 1군 선수가 되고, 2군에 머물면 2군 선수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모든 선수들이 1군 무대를 보고 야구를 한다. 만약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대로 활약하겠지만, 고전한다면 그 이유를 스스로 인정하고 제대로 보완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 KT의 1군 불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도 이런 선택에 한몫했다.

때마침 한승지의 최근 몸 상태도 궤도에 올랐다. 눈에 보이는 기록은 좋지 않지만 구속이 3~4㎞ 가량 올랐다. 최고구속이 147㎞까지 나오기 때문에 1군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은 있다. 지난해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부터 그를 지켜보며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2군 기록보다 선수의 미래를 위해 콜업을 결정했다. 이 감독의 선택이 향후 한승지의 야구인생에 어떤 자극을 안겨줄지 지켜볼 일이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