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요즘 젊은 선수들의 야구 기술이 이전보다 좋아진 이유

입력 2020-06-2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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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손혁 감독(가운데).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키움 손혁 감독(가운데).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최근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 적이 있다. 2년차 투수 조영건을 얘기하면서였다. 그는 공을 던질 때 주축이 되는 발의 위치가 고정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는데 6월 3일 제이크 브리검을 대신해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을 때 뒤늦게 발견됐다. 손 감독은 “축이 흔들리면서 항상 초반이 불안했는데 왜 캠프 때 그 문제점을 보지 못했는지 우선 선수에게 미안하고 내게도 화가 났다”고 털어놓았다.

피칭의 기본은 중심이동이다. 아무리 어깨 등 상체의 움직임이 좋아도 하체의 중심이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공은 똑바로 가지 않고 회전도 잘 걸리지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중심이 되는 발의 위치는 항상 고정되어야 한다. 손혁 감독은 미국에서 야구연수를 할 때 그 것을 직접 확인한 적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컨트롤이 좋기로 유명했던 톰 글래빈의 훈련피칭을 봤을 때였다. 팀의 허락을 받고 마운드까지 올라가서 본 것은 글래빈이 남긴 선명한 스파이크 자국이었다. 8개의 스파이크 구멍이 마운드에 깨끗하게 남아 있었다고 했다. 글래빈은 항상 같은 곳에서 1mm의 오차도 없이 중심을 잡은 뒤 완벽한 체중이동으로 공을 던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손혁 감독은 한화전 뒤 조영건과 면담을 했다. 피칭 영상을 보여주면서 중심축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조영건은 즉시 “제가 수정을 해야겠다”고 대답했다. 시즌 도중에 선수가 자신의 피칭 동작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도 선뜻 받아들인 것이 눈으로 보고 스스로 이해가 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감독과 코치가 설명을 해도 요즘 선수들은 자신이 납득하지 않으면 듣지 않는다. 과거처럼 무조건 따르라고 해서 되는 세상이 아니다. 이럴 때 선수를 가장 쉽게 설득하는 방법은 말이 아니라 영상과 데이터다. 다행히도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 내 동작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숫자로도 빨리 이해시켜주는 데이터가 있다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도 쉽고 문제점을 고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갈수록 장타능력이 진화하는 키움의 이정후도 마찬가지다. 그도 영상의 중요성을 말했다. 한동안 롤 모델로 삼았던 이치로의 타격자세가 담긴 영상을 찾아봤던 이정후는 요즘 폴로스루를 잘하는 타자들의 동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 참고하는 타자는 일본 프로야구(NPB)의 야나기타 유키(소포트뱅크 호크스)다. 현역 일본 프로야구 최고타자이자 최고연봉 선수인 야나기타는 강한 스윙으로 강한 타구를 날려 메이저리그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후는 “올해부터 야나기타의 스윙에 관심을 가지고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 시즌 개막이 미뤄지면서 영상을 많이 볼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타율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장타를 날리는 비법으로 강한 스윙을 하는 방법을 찾아서 연구하다보니 이정후의 장타생산은 늘고 있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정보의 바다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는 능력이 과거의 선수보다 훨씬 뛰어나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겠다는 개방적인 생각도 갖췄다. 당연히 과거의 성공에만 머무르는 선수보다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선수들의 기량은 이전 선수들보다 좋아졌다. 개방성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에서 발전은 찾아온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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