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와 장마가 올해도 어김없이 KBO리그를 습격할 태세다. 불규칙한 경기 일정 속에 10개 구단의 뎁스 싸움도 본격화되는 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잠실구장 3루 덕아웃 위에서 선수단의 열을 식혀주기 위해 아이스스팀 쿨러가 가동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가 6월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장마전선까지 신호탄을 날릴 태세다. 현장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전체 일정 4분의 1을 넘긴 KBO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뎁스 싸움’이 시작된다.
22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섭씨 35.4도까지 치솟았다. 6월을 기준으로 따지면 1958년 이후 6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역대급 무더위’가 6월부터 찾아온 것이다.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올해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의 사상 최고 기온 경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금 수준의 더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더운 날씨에 경기 일정까지 불규칙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4일 오전부터 중·남부지방에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오전까지 최고 12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릴 수 있어 24일 5경기의 개최 여부가 모조리 불투명하다. 만일 24일 경기가 우천순연될 경우 25일 일제히 더블헤더가 치러지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지각 개막한 KBO리그는 올해 ‘역대급 변수’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은 잠잠하다. 지금까지 더블헤더를 가장 많이 치른 팀은 LG 트윈스로 2차례이며, 월요일 경기를 소화한 팀은 없다. 개막 첫 2개월간은 우천순연이 적었다는 의미인데, 본격적으로 일정의 변수가 리그를 휘감을 분위기다.
기존 방식대로 운영하면 부상자 속출도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지각 개막으로 인해 리그 전반에 관리형 부상자가 넘쳐나는데, 스타의 이탈이 더 많아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가득하다. 특히 더블헤더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많다. 1경기를 마친 뒤 30분간 쉰 채로 2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이다. 두 경기에 모두 나서는 야수들의 경우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 수도권 A팀 트레이닝파트 관계자는 “이 경우 근 손실이 불가피하다. 근육이 손실된 상태로 뛰다보면 햄스트링 부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는 팀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백업층이 강한 팀의 우세가 점쳐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감독과 코치들은 개막 전부터 백업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코로나19로 개막이 거듭 미뤄지며 2군급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이들을 전력으로 활용할 참이다. 겉으로 보이는 1군 자원들만 강한 팀은 버티기 힘든 계절이 왔다. 이제 물밑의 발길질이 승부를 가른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