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곡이 전부 1번이라고?” 신델라의 첫 ‘날 것 같은 음반’

입력 2020-06-29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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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디바 신델라의 ‘찬송으로 드리는 고백’
‘날 것’ 같은 사운드 담고 싶어 감독에게 부탁
소리를 깎지 않으니 감성이 살아났다

“제가 물 흘러가듯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작년에 녹음을 하다가 이런 저런 일로 스톱이 되었는데 …”.

봄날의 햇살 같아 눅눅함이라곤 한 뼘도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로 용기를 내어 ‘고백’을 담은 음반을 냈다. ‘크로스오버의 디바’로 불리는 소프라노 신델라의 얘기다.

놀랍게도(혹은 놀라울 것도 없이) 이 음반에는 그동안 불러온 가곡, 오페라 아리아, 팝, 가요, 재즈가 이닌 신델라가 직접 고른 8곡의 찬송가가 실려 있다. ‘죄짐 맡은 우리 구주’, ‘나의 사랑하는 책’, ‘지금까지 지내온 것’ 등 교회를 다니거나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익숙한 곡들이다.

① 죄짐 맡은 우리 구주

고백의 여정을 떠나는 지점. 담담하게 불러 더 은혜롭게 들린다. 다른 음반에서 듣던 것보다 신델라의 바이브레이션이 한결 은은하게 울린다. 마치 안개가 스르르 퍼져 달아나는 것 같다.

“내추럴한 걸 좋아해요. 제 목소리 자체도 그렇고. 이 음반을 녹음할 때 조각 조각 녹음하지 않고 1절부터 3절까지 죽 불렀어요. 두 번 내지는 세 번을 그렇게 부르고는, 이제부터 고르는 거죠(웃음)”

1번이 제일 좋다? 그럼 그 곡을 음반에 담았다. 믹싱도 “날 것처럼 해주시라”고 김시철 감독에게 부탁해 두었다. 잘 짜여진 레코딩이 아니라 라이브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② 나의 사랑하는 책

동요 ‘반짝 반짝 작은 별’의 테마를 변주해 전주와 간주에 응용한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이 음반은 신델라의 목소리 외에 단 두 개의 악기만 등장한다. 신델라와 함께 하는 델라벨라 클래식밴드의 피아니스트 박성은과 바이올리니스트 류리나가 참여했다. 신델라의 목소리와 스타일을 구석구석까지 이해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이 음반에서 그 ‘이해의 힘’이 확실하게 작용한다.

이 곡을 신델라는 밝고 가벼우면서 탄력있게 불렀다. 예의 그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다. 간주에서는 바이올린이 피치카토로 가세해 사운드와 리듬을 풍성하게 만든다.

두세 번 녹음하고 가장 잘 된 걸 고르기로 했는데 흥미롭게도 8곡 모두 ‘1번’이 선택됐다.

③ 지금까지 지내온 것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찬송가. 원곡, 악보를 충실히 재현했던 것과 달리 이 곡에서는 첫 부분을 최대한 느리게 잡아 도입부로 활용하는 편곡을 선보인다. 간주 후에는 템포를 빠르게 잡고 조를 바꿔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최대한 감성이 깎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소리를 깎으면 아무래도 감성이 깎이게 되거든요. 그래서였을 거예요. 8곡 모두 1번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제일 ‘날 것’ 같으니까.”

④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전체적으로 원곡의 악보에 손을 대지 않는 순한 편곡이다. 템포로만 변화를 주는 정도인데, 묘한 것은 다르게 불러도 원곡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노래도 연주도 천연재료처럼 순하고 깊어 반복해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신델라는 이번 음반에 왜 그토록 ‘날 것’을 넣고 싶었을까. 신델라가 이 음반의 프로듀서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제가 프로듀싱을 하니까 온전히 제 음악, 제 스타일로 하고 싶었어요. 녹음을 앞두고 멤버들끼리 다섯 번 만나 연습(쉽지 않은 일이죠)을 해 그 합이, 그 호흡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녹음을 하면 딱 그 호흡이 느껴지는데, 다듬어지면서 없어지더라고요. 그것이 뭔가 찬송가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⑤ 내가 매일 기쁘게

피아노의 리듬이 상큼하지 그지없다. 신델라의 스타일을 구석구석까지 이해하고 있는 박성은은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지만 이 곡만큼은 재즈의 리듬감이 넘치게 쳤다. 이쯤 되면 반주가 아니라 보컬과의 이중창으로 들리게 된다. 보컬과 피아노의 완벽한 ‘이중창’에 바이올린은 슬그머니 악기를 내려놓고 관객이 되어주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믹스한 걸 들어보면 훨씬 더 좋은데 어쩐지 신델라만의 느낌이 없더라고요. 라이브를 하면 왜 그 ‘신델라 공연 봤어’하는 게 있잖아요. 그 느낌을 전달해 드리고 싶었거든요.”

⑥ 빈들에 마른 풀 같이

특유의 햇살 같은 목소리가 밝고 투명한 신앙고백을 들려준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해하는 순진무구한 목소리다. 점심밥을 앞에 두고 정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의 모습 같다.

⑦ 참 아름다워라

8곡은 피아니스트 박성은과 골랐다. 어려서 자주 듣고, 많이 불렀던 곡들이었다. 일단 불러보면 목소리 음색에 맞는지 안 맞는지, 편곡이 될지 안 될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두 곡이 빠졌어요. 그 중 하나는 온누리 교회 하용조 목사님께서 제일 좋아하셨던 곡이라고 하더라고요. 음색은 맞는데 편곡적인 면에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어지지 않았어요. 꼭 해보고 싶은 곡이었는데.”

⑧ 선한 목자되신 우리 주

맑은 종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피아노의 트릴로 시작된다. 신델라의 목소리는 듣는 이가 가진 마음의 구김을 펴주는 마력이 있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어 빛을 보여준다.

그 작은 빛이 지금 당장 내 무거운 삶에 구원을 던져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소망을 선물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 음반은 신델라의 ‘고백’이자 ‘선물’이다. 8곡 모두 잔잔하지만 멀리 퍼져나가는 울림을 갖고 있다. 오래, 자꾸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날것의 힘일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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