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봐도 반전, 삼성은 어떻게 ‘선발왕국’이 됐나?

입력 2020-07-01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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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감독 허삼영. 스포츠동아DB

삼성 감독 허삼영. 스포츠동아DB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선발진이었다. 지난 4년간(2016~2019시즌) 마이너스(-) 30(39승69패)이라는 최악의 승패 마진을 기록한 외국인투수의 불확실성이 컸고, 토종 에이스 역할은 지난해 8승을 거둔 백정현에게 맡겨야 했다. 원태인과 최채흥도 즉시전력보다는 성장과정이 필요한 투수 쪽에 가까웠다. 한마디로 물음표투성이였다.

그러나 지금 삼성 선발진의 퍼포먼스는 놀랍다. 2019시즌 선발투수들의 성적은 37승60패, 평균자책점(ERA) 4.83이었고, 국내 선발진으로 한정하면 24승40패, ERA 4.72였다. 올 시즌에는 6월까지 49경기에서 21승18패, ERA 4.24를 기록했고, 국내 선발진은 16승12패, ERA 4.08의 성적을 남겼다. 당초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적이다. 지난해 144경기에서 기록한 선발승(37승)의 절반 이상을 49게임만에 올린 것이다. 당초 1선발로 낙점했던 벤 라이블리가 승리 없이 3패, ERA 5.40의 부진을 보인 뒤 부상으로 이탈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대체선발로 나선 김대우와 허윤동의 활약도 눈부셨다. 기존의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된 투수가 아니라면 해당 경기에 대한 기대치는 감소하기 마련인데, 김대우는 선발등판한 6경기에서 2승3패, ERA 4.34, 허윤동은 4경기에서 2승, ERA 3.60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두 투수가 선발등판한 10경기에서 팀이 6승4패를 거둔 점이 돋보인다. 애초 구상한 선발투수 5명(라이블리~데이비드 뷰캐넌~백정현~원태인~최채흥)이 나선 경기에서도 19승18패로 선방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공개했던 계획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외국인 원투펀치와 윤성환, 백정현, 최채흥, 원태인 등 기존 선발진을 비롯해 최대 9명의 선발 자원을 만들어야 한다.” 이 플랜은 삼성이 투수력을 앞세워 올 시즌을 버티고 있는 원동력이다. 캠프 때부터 선수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준비가 되면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조치하니 변수에 대처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실전무대에서 이른바 ‘성공체험’을 하며 자신감이 오르고, 불펜의 업그레이드로 투수조의 분위기까지 살아나니 그야말로 무서울 것이 없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선발진의) 퍼포먼스가 기대이상”이라며 “대체선발의 실패가 없고, 원태인과 최채흥 등 젊은 투수들이 안정감을 보인 덕분”이라며 반겼다. 선발진 합류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대우도 “투수조의 분위기가 정말 좋다. 서로 도우면서 각자 책임감도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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