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기여 제로’ 단 3경기, 두산 페르난데스의 진짜 가치

입력 2020-07-02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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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2사 2루 두산 페르난데스가 우중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2사 2루 두산 페르난데스가 우중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20시즌 현재 KBO리그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두산 베어스)만큼 바쁜 ‘안타 제조기’는 없다. 잠시 가동을 멈추는가 싶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섭게 몰아친다. KBO리그 첫해인 지난 시즌에도 슬럼프 기간을 최소화하며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올 시즌에는 위험요소가 적다는 사실까지 증명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인 강한 2번타자를 초월한 최고의 타자다.

좋은 타자를 판별하는 가장 기본적 기준은 타율 3할이다. 10타석에서 3안타만 쳐도 성공이라는 의미다. 매 경기 안타를 뽑아내긴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페르난데스는 1일까지 올 시즌 팀의 49경기에 모두 선발출장해 42경기에서 최소 1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절반이 넘는 26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작성했을 정도로 꾸준했다.

더 대단한 사실은 단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한 채 마무리한 경기가 7게임(14.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아예 팀 공격에 기여하지 못한 경기는 6월 7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 20일 잠실 LG 트윈스전, 25일 인천 SK 와이번스와 더블헤더 제2경기 등 3게임뿐이다. 비율로 따지면 6.1%다. 나머지 4경기에선 볼넷 출루와 희생플라이 타점으로 어떻게든 도움을 줬다. 진루성공률도 58.93%로 리그 1위다. 이는 “투수가 패전을 줄이는 것도 승리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던 염경엽 SK 감독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공격에 기여하지 못한 경기가 거의 없다는 점은 타자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부진도 길지 않다. 5월까지 0.468이었던 타율이 6월 25일 기준 0.372까지 떨어지며 슬럼프에 빠진 듯했지만, 이 기간(22경기) 타율 0.277(94타수 26안타), 3홈런, 11타점, 출루율 0.349로 나름의 몫은 했다. 무안타 경기는 4게임에 불과했다. 최근 5경기에선 4차례 멀티히트를 포함해 타율 0.632(19타수 12안타)의 맹타로 시즌 타율을 0.396까지 다시 끌어올렸다.

반등의 이유는 분명하다. 페르난데스의 콘택트 능력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지난해 초반 몸쪽 높은 코스의 빠른 공 대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한 훈련과 영상분석을 통해 극복한 바 있다. 밀어치는 능력도 탁월해 상대팀의 수비시프트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1982년 MBC 청룡 백인천(0.412) 이후 첫 4할 타율의 희망을 키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태룡 두산 단장 역시 “대단한 선수다. 쿠바 야구의 자존심”이라며 흐뭇해했다.

또 다른 관심사는 페르난데스의 올 시즌 계약조건이다. 총액 90만 달러의 절반인 45만 달러가 옵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주저 없이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2019시즌에도 전반기를 끝낸 시점에 옵션을 모두 채워(총액 70만 달러·옵션 35만 달러)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기에 자신감이 넘친다. “2019시즌을 통해 내가 어떤 선수인지를 증명했기에 올해도 똑같이 하면 된다”던 그의 호언장담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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