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언제 다 갚나” 이호준 NC 코치, 알테어에게 빚이 쌓여간다?

입력 2020-07-0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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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알테어(가운데)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복덩이‘의 면모를 맘껏 뽐내고 있다.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알테어를 이호준 타격코치(왼쪽)와 이동욱 감독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차이니즈!(Chinese)”

애런 알테어(29·NC 다이노스)는 6월말 잠실 두산 베어스와 원정 시리즈 2경기를 포함해 6월의 마지막을 3연속경기홈런으로 장식했다. 하루는 홈런을 친 뒤 3루를 돌며 덕아웃에 있던 이호준 타격코치(44)에게 “차이니즈”라고 외쳤다. 중국음식을 사달라는 메시지였다. 이 코치는 알테어에게 매일 같이 빚이 쌓여가지만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NC는 올 시즌에 앞서 알테어와 총액 100만 달러(약 12억 원)에 계약했다. 4번타자 겸 중견수 역할을 맡아 우승청부사가 되어주길 바랐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도 인정받은 호타준족의 면모가 KBO리그에서도 재현되리라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알테어의 침묵이 길어졌다. 5월 한때 1할대 타율로 추락하며 지난해 크리스티안 베탄코트(29·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했다.

이때 알테어가 통역을 대동해 이 코치를 찾아와 “KBO리그의 체인지업과 변화구를 치기 어렵다. 공략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코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건 치는 게 아니라 걸러내야 하는 공”이라며 “ML에서 97마일(약 156㎞) 속구로 홈런도 쳤으면서 왜 빠른 공을 노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의아해하던 알테어에게 이 코치는 속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면 밥을 사겠다는 당근을 걸었다. 그러면서 양 다리 사이에 배트를 끼고 훈련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체가 고정되지 않았던 알테어의 약점을 지우기 위한 처방이었다.

NC 알테어(오른쪽)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복덩이‘의 면모를 맘껏 뽐내고 있다.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알테어를 이호준 타격코치(가운데)가 반겨주고 있다.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 코치의 원 포인트 레슨 직후인 5월 24일부터 7월 6일까지 알테어는 36경기에서 타율 0.352, 11홈런, 4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같은 기간 리그 전체 타율 4위, 홈런 공동 2위의 맹타다. 이전까지 16경기에서 타율 0.204, 3홈런으로 침묵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이 코치는 알테어와 통역을 대동해 이미 한 끼를 대접했지만 아직도 네 번은 더 카드를 긁어야 한다. “대체 언제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 코치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 코치는 평소 ‘선수를 만드는 코치는 없다’고 강조한다. 가진 재능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를 그라운드 위에서 발현시킬 계기 하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철학이다. 알테어에게 속구 승부를 주문한 것과 초등학생들이 주로 하는 배트를 끼고 스윙하는 것을 제안한 것 모두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알테어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만점이다. 알테어는 3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커피 트럭 이벤트를 열었다. 300잔의 음료를 구단 관계자 및 동료 선수들에게 통 크게 쐈다. KBO리그 첫 두 자릿수 홈런 달성 축하 턱이었는데, 이후에도 4개의 홈런을 더하며 흠 잡을 데 없는 모습이다.

에릭 테임즈(워싱턴 내셔널스)를 잇는 NC의 외국인타자 성공사에 알테어의 이름 첫 글자 정도는 이미 쓰였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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