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도자들 중 자신의 선수시절 성향을 팀에 그대로 반영하는 사례는 많다. 다만 김 감독이 이끄는 성남에선 아직까지 그 컬러가 제대로 묻어나진 않고 있다.
성남은 시즌 초반 탄탄한 수비력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터프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이는 파울 개수에서 잘 드러난다.
성남은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1라운드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 이전까지 10경기에서 110개의 파울을 범했다. K리그1(1부) 12개 팀 중(10경기 기준) 가장 적은 숫자였다. 좋은 의미에서 본다면 깔끔한 플레이를 펼치고 길목을 잘 차단해 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몸싸움이 허용되는 축구에서 적절한 파울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강팀일수록 상대에게 흐름이 넘어가는 상황을 영리하게 파울로 잘 끊는다. 기록만 놓고 본다면 성남은 상대에게 볼을 편하게 잡게 하고, 철저하게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축구를 펼친 셈이다.
11일 전북전에선 좀 달랐다. 한수 위 전력의 전북을 상대로 길목만 차단해선 이길 수 없었다. 2-0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성남 선수들은 적극적 몸싸움을 벌이며 상대의 기세에 맞섰다. 실제로 성남은 전북과 같은 14개의 파울을 기록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그동안 파울 수가 굉장히 적었다. 경기 전 ‘세컨드 볼 싸움에서지지 말고 거칠게 싸우자’고 강조했고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다”며 선수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을 칭찬했다.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우승 후보 전북을 상대로 거둔 무승부는 성남 선수단 전체에 큰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 감독 특유의 강하고 거친 이미지가 성남에도 이식될 수 있을까.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