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 한국영화 50위권 중 절반…“여성 존재감 없었다”

입력 2020-07-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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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 전지현.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암살’ 전지현. 사진제공|쇼박스

■ 영화진흥위, 2009∼2018년 한국영화 분석|여성 캐릭터 어떻게 변했나

다큐·애니 등 제외한 468편 조사
2016년 여성감독·주연 비중 최고
2018년 남성 위주 작품 가장 많아
전지현의 ‘암살, 손예진의 ‘비밀은 없다’, 공효진·엄지원의 ‘미씽:사라진 여자’…. 전지현은 여성 주연작 중 역대 최고 흥행작인 2015년 ‘암살’로, 여성감독들이 크게 활약한 2016년 손예진과 공효진·엄지원은 ‘비밀은 없다’(이경미)와 ‘미씽:사라진 여자(이언희)로 호평 받았다. 모두 개성 강한 캐릭터 덕분이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흥행 50위권 영화의 절반이 “이름이 있는 여성 캐릭터가 둘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배경에 가까운 인물이거나, 남성으로만 구성된 동성 집단에 구색 맞추기 정도로만 존재”에 머물렀다. 여성 캐릭터가 그만큼 부수적 역할에 그쳤다는 말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영화의 성 불균등 및 불평등 실태를 담아 최근 내놓은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 중 캐릭터 성인지 분석 내용이다. 여전히 남성 역할에 기대는 제작현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스크린 속 여성 활약 ↔ 장르 다양성
매년 흥행 50위권 영화 중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등을 제외한 468편에서 “한 번이라도 남성 인물에 종속되지 않는 대사와 기억할 만한 역할을 갖고 있는 여성 인물이 존재”하는 작품은 237편으로 50.6%였다. 그 비중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4년과 2016년이다. 특히 2016년 ‘덕혜옹주’, ‘비밀은 없다’, ‘미씽:사라진 여자’ 등 여성감독(전체 16.4 %·흥행 50위권 13.6%), 혹은 여성 주연(전체 40.7·50위권 36.4%) 영화의 비중은 역대 최고였다.

보고서는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스릴러, 드라마, 판타지 등)장르가 다양”했다는 데서 배경을 찾았다. 남성이 주요 인물인 범죄, 스릴러 등 장르가 압도한 2017년과 2018년 상황과도 연관된다. “여성 서사가 남성에 종속되는 비율”이 2018년 28.9%로 최고치였고, 2010 년 27.1%와 2017년 26.7%였다. 실제로 이때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브이아이피’, ‘범죄도시’, ‘독전’ 등 범죄액션물이 쏟아졌고, 여성감독과 여성 주연이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그만큼 장르와 여성감독·여성 캐릭터의 활약상이 맞물려 서로 영역을 넓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카메라 앞과 뒤
“제1 주연”이 여성인 영화도 2016년 39.4%로 최고치, 2017년 13.3%로 각각 최고·최저치였다. 또 2017년과 2018년 여성 주연작의 평균 관객수는 2016년 37만여명에서 각각 16만7000여명, 29만여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여성감독과 여성 주연작이 많을수록 흥행작도 나온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제작현장에서 최종 결정권을 갖는 감독의 여성 비율이 높아지면 여성 주연작 비율도 상승”하고, 이는 “재현의 영역인 카메라 앞과 인력 구성의 영역인 카메라 뒤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 보고서는 여성 캐릭터 나이대 20·30대(71.9%)와 남성 30·40대(74.8%)의 ‘남고여저’ 현상 등을 통해 “여성 캐릭터가 성숙함이나 원숙함을 덜 가질 수 있고, 여성 캐릭터의 젊음이 남성인물과 비교해 더 중요한 서사적, 시각적 가치를 갖는다”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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