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임생 결별’ 수원, 어떤 지도자도 성공 어려운 수렁

입력 2020-07-1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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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수원 감독 .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왕년의 명가’ 수원 삼성이 이임생 감독(49)과 결별했다. 공식 발표 내용과 시기와는 별개로 16일 오후 양 측이 면담을 갖고 계약을 끝내기로 했다.

2018년 12월 수원 지휘봉을 잡았던 이 감독의 계약기간은 연말까지로, 구단은 ‘자진사퇴’ 형태를 취하길 바란 것으로 확인됐다. 구단이 해고 통보를 하면서 전임 감독의 명예를 존중해 ‘자진사임’으로 포장하는 사례는 종종 있으나 이번의 경우는 예우와 거리가 있다. 이 감독이 구단에 먼저 사퇴를 표명한 사실이 없다. 마지못해 구단 요구에 응했을 뿐이다.

심상치 않은 기류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있었다. 구단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비롯한 공개된 자리에서 종종 쓴소리를 던지는 이 감독을 늘 탐탁치 않게 여겨왔다. 대개는 구단의 확실한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이었기에 이를 불편해하는 내부의 시선이 많았다. 수원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이 감독에 대한 구단의 평가는 시즌 초부터 좋지 않았다. 결국 (결별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혀를 찼다.

수원이 예전과 다르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한 때 연간 운영비가 400억 원 이상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폭적 지원이 이뤄졌으나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되고, 서정원 전 감독의 재임 시기를 기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자금이 꾸준히 줄어들었다.

당연히 이 감독은 한 번도 자신이 원한 선수를 가져본 적이 없다. 대상이 외국인 선수든, 토종이든 구단에서는 “영입이 어렵다”는 아픈 회신만 돌아왔다. 구단이 구성해온 스쿼드로 시즌을 진행했고,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 수원 이임생호는 프로·아마추어 클럽 최강자를 가리는 FA컵을 제패하면서 충분히 자존심을 지켰다.

역시나 올해도 보강은 사실상 전무했다. 캐나다 수비수 헨리를 빠르게 데려오면서 희망을 부풀렸으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구자룡(전북 현대)가 겨울이적시장, 팀 유일의 국가대표인 홍철(울산 현대)이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인풋 & 아웃풋’이란 기본적인 경제논리는 지금의 수원에 어울리지 않았다. 1라운드 로빈(11경기)을 마친 ‘하나원큐 K리그1 2020’에서 2승4무5패(승점 10)로 8위에 랭크된 수원은 지극히 합리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심지어 코치 선임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감독이 과거 요청한 코치 영입은 어찌된 영문인지 묵살됐다. 감독이 믿고 의지할 참모조차 데려올 수 없는 데 좋은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놀랍게도 최근에는 구단 내부 관계자가 몇몇 지도자들을 접촉한다는 소문이 줄을 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감독들이 차기 사령탑 후보군으로 오르내렸다.

물론 선수단에 이와 관련한 소문이 났고, 여러 루트를 통해 이런저런 풍문이 퍼졌다. 이 감독에게 결코 힘이 실릴 수 없는 구조였다. 결별 시점조차 수원이 껄끄러운 K리그2(2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FA컵 원정 16강전에서 승리한 다음날로, 몹시 놀라운 타이밍이다.

수원은 구단 내부에서 선임했던 주승진 코치를 대행으로 옮겨 당분간 시간을 벌 계획이나 이는 장기적 플랜이 될 수 없다. 하반기 재개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위해선 프로팀 경험이 있고 AFC P급 지도자 라이선스를 보유한 경력자들을 데려와야 하나 불행히도 성공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거 명성에 걸맞는 후한 조건은커녕 코치 선임도, 선수 영입도 감독 뜻대로 할 수 없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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