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 앞에서 골 시위한 상주 오세훈

입력 2020-07-19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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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상주 상무·21)이 세간에 이름을 알린 건 불과 1년 전이다.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 후 1년, 그는 K리그에서 주목받은 공격수로 급성장했다. 이젠 유망주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골잡이로 우뚝 섰다.

오세훈은 18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1부) 12라운드 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상주가 대구FC를 2-0으로 꺾는데 앞장섰다. 이날 승리로 상주는 리그 6경기 무패행진(5승1무)을 이어가며 3위를 지켰다.

오세훈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득점 없이 팽팽히 맞서던 후반 7분, 오세훈은 상대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며 강상우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했다. 수비진의 집중력이 잠시 흐트러진 틈을 이용해 영리하게 위치를 선점하고 단 한방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 33분에는 아크 부근에서 슛할 기회가 있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더 좋은 위치에 있던 강상우에게 패스해 추가골을 도왔다.

오세훈은 이번 시즌 7경기에서 4골·1도움을 기록했다. 경기당 0.57골은 득점 상위 10위 이내의 국내 선수 중 이동국(전북·0.67골), 고무열(강원·0.63골)에 이어 3번째로 높다.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 앞에서 진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벤투 감독은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최전방을 책임지며 우승을 이끈 오세훈은 아직 국가대표팀 경험이 없다. 장신(193cm)에다가 발 기술을 갖췄고, 공중 볼 다툼도 수준급이어서 벤투 감독의 관심을 끌만하다. 대표팀에는 황의조(28·보르도) 이외에 마땅한 스트라이커가 없어 오세훈은 새로운 카드로 꼽힌다.

프로 무대 3년차인 오세훈의 성장 과정도 눈길을 끈다. 2018년 1부 리그 울산 현대에서 고작 3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그는 지난해 2부 리그 아산무궁화(현 충남아산)에서 임대로 뛰며 7골·3도움으로 기록했다. 꾸준히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떠난 게 주효했다. 또 올해부터 상주도 22세 이하(U-22) 출전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 때문에 이른 나이에 군 입대를 결정했다. 개막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힘든 시간을 보낸 뒤 포항과 6라운드부터 출전했지만 멀티 골로 화끈하게 신고식을 한 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일취월장하고 있다.

대구전이 끝난 뒤 김태완 상주 감독도 오세훈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는 “오세훈이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을 알고 있지만 대체 공격수가 없어 경기에 계속 출전하게 했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이게 경험이다. K리그를 풀타임으로 뛰려면 힘을 분배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선 오세훈을 계속 내보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훈은 25일 원 소속팀 울산을 상대로 3경기 연속 골에 도전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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