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상처 난 SK의 클린 이미지와 올바른 사과의 방법

입력 2020-07-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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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박경완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요즘 프로야구계에서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팀은 SK 와이번스다.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 직전 급추락하더니 올 시즌에는 아예 바닥권에서 헤매고 있다. 최근에는 심야에 무면허로 운전하고 숙소로 복귀한 2군의 몇몇 젊은 선수들을 선배가 혼낸 것이 팀 내 폭력문제로 비화됐다. 구단은 이 추문을 덮으려다가 ‘양심불량’이라는 낙인마저 찍혔다. 보고 의무를 저버린 SK는 KBO의 징계를 받아야 한다. SK 구단이 애써서 가꿔온 클린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대형 참사다.

‘클린 베이스볼’을 외친 KBO 정운찬 총재 체제도 비슷하지만, 이제 ‘클린’은 말하기도 남부끄럽다. 연꽃은 아름다운 꽃이라도 피우지만, 지금 KBO리그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너도나도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양새다. 어느 구단도 대놓고 SK를 비난하지 못한다. 자신들도 같은 상황에 처하면 SK처럼 행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야구계를 떠난 모 구단 고위관계자가 고백한 수많은 사건·사고의 은폐 노력은 소설책 몇 권 분량이다. 이런 일들이 특정 구단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테고, 그렇게 본다면 KBO리그의 도덕지수는 여전히 바닥이다.

SK는 허망하게도 구단의 이미지를 지키려다가 일을 더 망쳤다. 이번 무‘면허 운전+폭행사건’은 지난 시즌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내야수 강승호와 연결된다. 당시 강승호는 음주운전 사고를 숨긴 채 경기에 출전해 공분을 샀다. KBO는 9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는데, 구단은 임의탈퇴라는 자체 징계를 또 내렸다. “구단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에 대한 강력한 징계”라며 구단이 외쳐온 클린 이미지를 지키고자 했지만, 그 바람에 강승호를 2년째 쓰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프로야구선수들의 일탈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학원스포츠에서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서 받아야 할 교육을 내팽개치고 운동에만 매달려온 선수들이기에 막는다고 막아질 일도 아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고가 터지면 제대로 사과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수습도 빠르다. 먼저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과의 첫 단계다. 분노하는 사람들에게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변명은 필요 없다.

잘못을 인정한 뒤에는 합당한 벌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습의 과정이다. 징계가 끝나면 또 다시 용서를 구하고, 팬들이 “이제는 됐다”고 인정하면 그때부터 열심히 야구하면 그것이 진정한 마무리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는데,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먼저 말하면 당연히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는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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