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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기록이 메이저리그에 있다. 1920년부터 2014년까지 벌어진 1만981경기 중 선발투수가 7회를 2실점 이내로 막았을 때 승리투수가 될 확률은 고작 37%였다. 다만 선발~셋업맨~클로저로 마운드의 분업화가 자리를 잡은 뒤에는 이 확률이 조금 올라갔다. 2012~2014년의 경우 43%였다.
결국 불펜이 7~9회를 어떻게 버텨주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다. 반대로 타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7~9회 상대 불펜을 무너트릴 능력을 갖춰야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일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의 7~9회 타격 성적과 시즌 타격 성적의 차이를 비교해봤다.
뜻밖에도 7~9회 가장 팀 타격이 활발했던 팀은 SK 와이번스다. 시즌 타율과 비교해 무려 0.077(7푼7리)이나 높다. 경기 후반 SK 타선은 0.320의 고타율을 기록했는데, 시즌 타율은 고작 0.243으로 10개 구단 중 9위에 불과하다. 이 기록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SK가 경기 초반 방망이가 터지지 않아 계속 끌려갔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최고의 7~9회 팀 타율을 기록했지만 영양가는 떨어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7~9회 SK의 팀 타점은 73개로 꼴찌 한화 이글스(70타점)에만 살짝 앞섰을 뿐, 나머지 팀들과는 차이가 꽤 컸다. 주자를 모아놓고도 결정적 한방이 모자랐다는 얘기다. 7~9회 팀 타점 1위는 138개의 NC 다이노스다.
SK를 제외하고 시즌 타율보다 7~9회 타율이 더 나은 팀은 NC,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키움 히어로즈였다. 올 시즌 상대 투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공격력을 자랑하는 NC는 138타점, 31홈런으로 7~9회 팀 타점, 홈런 부문 1위다. 장타로 경기 막판 흐름을 단숨에 바꿀 능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키움도 후반 타격이 더 강하다. 7~9회 팀 타율은 0.280으로 중위권인데, 팀 타점은 120개로 NC에 이어 2위다. 올 시즌 유일하게 팀 타율 3할 이상(0.302)을 기록 중인 두산 베어스는 경기 후반 타율이 0.290이다. 역시 경쟁력이 있다. 7~9회 팀 홈런은 24개(공동 4위), 팀 타점은 115개(3위)다. 삼성은 7~9회 팀 타율(0.300·공동 2위), 홈런(25개·공동 2위), 타점(111개·5위) 모두 상위권인데, 불펜의 능력도 뛰어난 만큼 향후 치고나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기 후반이나 초반이나 한결같은 팀은 한화다. 시즌 타율과 경기 후반 타율이 0.240으로 같다. 7~9회 팀 홈런(10개)과 타점(70개)도 최하위다. 올 시즌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