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계에만 날 세운 ‘집합금지명령’

입력 2020-07-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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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금지명령’의 여파로 취소된 ‘미스터 트롯’ 콘서트. 사진제공|TV조선

가요콘서트 취소시키고 뮤지컬 공연은 허용
방역수칙 전제 준비하다 날벼락
클래식·연극공연 등은 허용해줘
형평성 어긋난 지침 비난 목소리
실질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안 필요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집합금지명령’을 각 대중음악 공연장에 내렸다. 하지만 가요계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유난히 대중음악 공연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클래식과 뮤지컬, 연극공연 등이 철저한 방역수칙 아래 이어지는 가운데 대중음악 공연 무대에 대해서만 관련 행정명령을 내림으로써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의심의 시선도 나온다.

“클래식은 되고 대중음악은 안 된다?”
서울 송파구청은 21일 관내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운영·관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5000석 이상 공공시설 공연 집합금지’ 처분을 내렸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감염병 예방조치 조항에 따른 조치였다. 이 곳은 그동안 다양한 대중음악 콘서트가 열린 대표적인 공연장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 광진구청도 23일 관내 예스이십사라이브홀에 대해 ‘집합금지명령’ 조치했다.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가장 높은 ‘심각’ 단계”라면서 “예스이십사라이브홀은 고위험시설인 스탠딩공연장”이라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스터 트롯’ 공연이 취소됐고, ‘팬텀싱어3’ 갈라 콘서트도 연기됐다. 그룹 태사자도 예스이십사라이브홀 공연을 포기했다. 다른 공연 역시 향후 추이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중음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감염병 확산과 예방을 위한 당국의 취지와 노력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대중문화 공연장에 대해서만 관련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는 31일 ‘클래식 샹들리에 인 나루’, 30일부터 8월1일까지 ‘클래시칸 앙상블의 꿀벌 마야의 모험’ 등 공연이 예정돼 있다. 송파구청 관내의 일부 대형 공연장에서도 뮤지컬 공연 등이 열리고 있다.

“대중음악계 고사 위기도 봐 달라”
한 공연 관계자는 26일 “생활 속 거리두기 조치 등 방역수칙 전제 아래 박물관, 미술관 등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날부터 프로야구 등도 제한적이지만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면서 “대중음악계에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세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태사자 측도 “공연장 출입자 발열 점검 등은 물론 스탠딩 공간인 1층에 좌석을 마련해 띄어앉기 조치를 취했다”면서 당국의 행정명령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같은 불만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중음악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에서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5월과 6월 전국적으로 67건의 공연이 연기 혹은 취소되면서 약 268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했다. 올해 상반기 823억원의 매출 손해(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년 수준 300∼5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평균 158억원 매출(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등 전체 공연예술계의 침체 속에서 대중음악계에 대한 지원 역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문화공연 시설이 운영을 재개하는 것도 해당 업계종사자들의 실질적인 생계를 고려한 조치 아니겠느냐”면서 “좀더 실질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안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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