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끔찍한 가정, ‘마스터 키’ 최원준이 없었다면

입력 2020-07-3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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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원준. 스포츠동아DB

우완 사이드암 최원준(26)은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마스터 키’로 통한다. 보직과 상황에 관계없이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힘을 보태기 때문이다. 등판 간격이 불규칙한 악조건 속에서도 100%의 힘을 쏟아내는 투수는 실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최원준은 지난해부터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올 시즌에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26경기에 등판했다. 필승계투조와 추격조, 선발투수의 뒤를 잇는 카드까지 활용폭이 넓은 강점을 십분 활용했다. 6월 1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5이닝 동안 2안타 2사사구 7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데뷔 첫 선발승까지 따냈다. 이후 8경기에는 모두 계투로 나서다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부터 선발로 자리를 옮겨 꾸준히 힘을 보태고 있다. 이제는 최원준에게도 어엿한 보직이 생겼다. 잠시 페이스가 떨어진 박종기를 대신해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두산의 마운드 사정을 고려하면 최원준의 가치를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 두산은 애초 라울 알칸타라~크리스 플렉센~이영하~유희관~이용찬의 5명으로 선발로테이션을 꾸렸다. 그러나 플렉센은 좌측 족부 내측 두상골 골절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고, 이용찬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아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영하도 14경기에서 3승6패, ERA 5.70으로 지난해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체자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두산 최원준. 스포츠동아DB

최원준은 올 시즌 선발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평균자책점(ERA) 0.60을 기록했다. 마운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승리요정으로 떠오른 것이다. 본격적으로 선발 한자리를 꿰찬 18일 광주 KIA전과 2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10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고 2승을 챙겼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포심패스트볼(포심)의 구위가 살아났고, 포심이 통하지 않을 때도 상대 타자의 유형에 따라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의 비율을 늘리며 완급조절을 한다. 구종 다양화는 상대 타자와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 중 하나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최원준이 잘 단지고 있고 그 자리에서 역할을 해줘야할 것 같다”고 최근의 활약을 인정했다.

2017시즌 1차지명으로 입단하며 큰 기대를 받았던 최원준의 출발은 조금 늦었다. 2018년 7월 25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처음 1군 무대를 밟기까지 팔꿈치와 갑상선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최동현이었던 이름도 바꿨다. 그만큼 기다림이 길었다. 그러나 지금의 활약이라면 그 기다림은 전혀 아깝지 않아 보인다. “믿음을 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최원준의 질주에 관심이 쏠린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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