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강상우처럼…누군가에겐 역전의 발판이 되는 상무

입력 2020-08-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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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강상우.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강상우(27·상주 상무)가 떴다. 확실히 떴다. 가공할 득점포로 축구인생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강상우는 2014년 포항 스틸러스를 통해 데뷔한 프로 7년차다. 그가 지난해까지 쌓은 공격 포인트는 13개(8골·5도움)다. 그런데 올 시즌 14경기 만에 7골·4도움을 올리며 6년간의 기록과 비슷해졌다. 7골은 K리그1(1부) 국내 선수 중 최다 득점이다. 전체 순위에서도 외국인 선수 주니오(울산·17골), 일류첸코(포항·10골), 세징야(대구·8골)에 이어 4위다.

포지션을 바꾼 게 대박이었다. 그는 원래 측면 수비수였다. 2019년 1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김태완 감독의 권유로 공격수로 나섰다. 뜻하지 않은 포지션 변경이 잠자던 공격 본능을 깨웠다. 문전에서 더 날카로웠고, 발끝에 닿기만 하면 골문으로 향했다. 14라운드 강원전에서 6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5골·2도움)를 기록하며 물오른 감각을 증명해보였다.

이달 말 전역하는 강상우는 포항으로 돌아가 시즌을 이어간다. 벌써부터 그의 포지션에 관심이 쏠린다. 원래 자리인 풀백일지 아니면 그대로 공격수로 나설지 궁금하다. 포지션이 어떻든 그는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다.

강상우처럼 군대에서 존재감을 키운 케이스가 제법 된다. 이정협(29·부산)을 비롯해 이상협(34), 박기동(32·경남), 주민규(30·제주), 박용지(28·대전) 등이 대표적이다.

‘상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가 이정협이다. 2015년은 이정협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 소속팀 부산 아이파크 최전방 공격수였지만 주목 받지 못했던 그에게 상무 입단은 터닝 포인트였다.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어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생애 첫 태극 유니폼을 입었다.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A매치를 통해 진가를 발휘한 그는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불렸다. K리그에서도 2014시즌 4골에 이어 2015시즌 7골·6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당시 그는 상무에 대해 “삶에 많은 도움을 준 시간”이라고 말했다.

‘미친 왼발’ 이상협은 서울~제주~대전을 거치는 동안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그걸 폭발시키지 못했다. ‘유망주’라는 수식어를 단 채 이적과 임대를 전전하며 자신감을 잃어가던 즈음, 2012년 여름 상무에 입단하면서 축구인생이 풀렸다. 이근호(35)와 원투 펀치를 이뤄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렸다. 특기인 왼발은 물론이고 오른발도 제대로 쓰면서 2013시즌 15골·3도움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박기동에게도 상무는 뜻 깊은 팀이다. 입대 전인 2014시즌 전남 드래곤즈에서 단 7경기 출전에 한 골도 넣지 못했던 그는 2015시즌 무려 35경기에 나서며 기회를 잡았다. 2016시즌엔 절정의 골 감각(9골·8도움)을 뽐내며 상무가 창단 첫 상위 스플릿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민규는 2013년 고양FC를 통해 데뷔한 뒤 2015년 서울 이랜드로 이적해 그해 23골을 넣었지만 ‘2부용 스트라이커’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랬던 그가 상무에서 주전으로 뛰며 1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인시켰다. 2017시즌 기록한 17골·6도움은 커리어하이다.

지난 시즌 상무의 에이스는 박용지였다. 울산~부산~성남~인천을 거치면서 주목 받지 못했던 그는 상무에서 성장을 거듭하며 꽃을 활짝 피웠다.

이렇듯 상무는 군 복무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특히 누군가에겐 역전의 발판이었다.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군 팀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에 언급된 선수들은 모두 공격수들이다. 군 팀엔 외국인 선수가 없다. 국내 선수끼리 경쟁한다. 원 소속팀에서 빛을 보지 못한 선수도 다시 한번 도전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상무다.

또래가 한 팀을 구성하는 것도 독특하다. 한창 뛸 나이인 20대 중반이 한 팀을 이루면서 끈끈함이 강해진다. 단단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또래끼리 하고 싶은 축구를 할 수 있는 건 최대 강점이다.

승강제는 또 다른 동기부여다. 상무에 입단할 정도면 재능을 인정받은 자원들인데, 이들은 “2부 강등은 자존심 문제”라며 쉽게 의기투합한다. 그만큼 승부욕이 강해지는 곳이다. 또 원 소속팀에 복귀했을 때 환영받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게 된다.

상주 상무의 창단부터 함께 해온 강지웅 경영지원팀장은 “군인 신분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선수들은 ‘대충 뛴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선수들이 뒤늦게 꽃을 피울 수 있는 요인들은 다양하다”고 진단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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