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인터뷰] 실력 넘어선 프로페셔널과 인품, SK 로맥의 이유 있는 ‘장수’

입력 2020-08-2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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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제이미 로맥.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외국인타자 제이미 로맥(35)은 제이크 브리검(키움 히어로즈),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와 더불어 KBO리그 외국인선수들 중 최장수다. 2017시즌 중반 처음 한국 땅을 밟았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생존의 비결은 하나다. 실력을 입증한 덕분이다. 강점인 파워를 확실히 살려 지난 3년간(2017~2019시즌) 총 103개(연평균 34.3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자연스럽게 로맥도 이 기간에 모두 포스트시즌(PS)을 경험했다. 2017년 와일드카드결정전, 2018년 한국시리즈(KS) 우승, 2019년 플레이오프(PO)에서 뛰었다. 이 기간에 빠짐없이 PS를 경험한 이는 최장수 외국인선수 셋 중 로맥이 유일하다.

그러나 SK가 9위에 처져있는 올 시즌에는 상황이 다르다. 5강권 팀들과 격차가 상당해 PS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구단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내년을 준비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향후 운명을 장담하기 어려운 외국인선수 입장에선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다. 새 외국인타자 타일러 화이트에게 입이 마르도록 ‘가을의 추억’을 들려줬던 로맥 입장에서도 지금의 환경은 익숙하지 않다. 25일까지 88경기에서 거둔 성적도 타율 0.265(306타수 81안타), 17홈런, 52타점으로 지난 3시즌과 견줘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변치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프로다운 자세다. 로맥의 성실함을 보여준 일화가 있다. 그는 2016시즌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1군 30경기에 출장해 타율 0.113(71타수8안타), 홈런 없이 2타점의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그러나 정작 팬들에게는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탓에 자존심이 상할 법했지만, 모든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했기 때문이다. 2홈런 6타점을 몰아친 2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이 끝난 뒤에도 ‘프로선수의 자세’를 강조했다.

로맥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얻는다(Self Motivation)”고 운을 뗐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 스스로 가치를 높이면, 팀과 본인 모두 웃을 수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하루하루 한 번의 기회에서 내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며 ‘내적 동기(inner motivation)’라는 단어도 언급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지금의 팀 순위 등과는 관계없이 선수로서 나를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동기부여를 찾는다.”

26일 경기 도중 상대 투구에 손가락을 맞아 부상한 화이트에 대한 안타까움도 숨기지 않았다. 본인과 포지션이 겹치는(1루수) 화이트의 영입은 출장 기회 측면에서 고려하면, 썩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로맥에게 그런 기색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슬픔 또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하트 브레이킹(Heart Breaking)”이라는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그는 “화이트와 함께하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부상을 당해 안타깝다. 자가격리와 2군에서 조정기간까지 거치며 힘들게 합류했다. 시작부터 다쳐서 안타까움이 크다. 빨리 오길 기도할 뿐”이라고 진심으로 바랐다. 마음 씀씀이도 과연 장수 외국인선수다웠다.

사직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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