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스로 계약 파기 요청한 메시, ‘법정 분쟁이냐, 이적이냐’

입력 2020-08-26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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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33)가 당장 팀을 떠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AP통신을 비롯한 복수의 외신들은 26일(한국시간) “메시가 팩스를 통해 구단에 이적 요청서를 보냈다. 2021년 계약이 만료되는 메시는 구단에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메시는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전에서 바르셀로나가 2-8의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지 11일 만에 전격적으로 결별을 선언했다.

바르셀로나는 2007¤2008시즌 이후 처음으로 우승 타이틀이 없는 무관의 시즌을 맞았고, UCL 8강 탈락의 악재까지 겹치며 혼란에 빠졌다. 로이터통신은 “메시가 이적 의사를 밝힘에 따라 바르셀로나는 더 큰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파장은 만만찮다. 메시는 단순히 한명의 바르셀로나 선수가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상징적인 존재다. 또 스페인을 넘어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지구촌 최고 스타다. 2000년 유소년 선수로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그는 20년 넘게 바르셀로나에서 뛰면서 731경기에 출전해 634골을 넣었다. 스페인리그 10회 우승과 UCL 4차례 우승을 경험했고, 최고 권위의 발롱도르도 6차례 수상했다. 이런 절대적인 존재가 팀을 떠나겠다고 하자 전 세계 축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메시의 이적 배경은 구단과의 불화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시즌 독단적인 구단 수뇌부와 잦은 갈등을 빚었다. 로날드 쿠만 신임 감독과의 만남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선수가 떠나고 싶다고 해서 바로 이적이 성사되는 건 아니다. 구단의 결정이 따라야 한다. 일단 바르셀로나 이사회는 메시의 이적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히 말하면 메시의 ‘일방적 계약 해지’ 조항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 조항을 두고 메시 측과 구단의 해석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와 메시의 계약기간은 2021년 6월30일까지다. 다른 클럽으로 이적하려면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조항이 적용된다. 액수는 7억 유로(9832억원)다. 이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해야만 메시를 데려갈 수 있다. 구단은 바이아웃 없이는 메시를 내줄 수 없다는 자세다.

반면 메시 측은 다른 입장이다. 메시의 계약서에는 매 시즌 종료 시점에 선수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파격적인 조항이 들어 있다. 다만, 특정 기간 안에 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올해는 6월 10일까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와 UCL의 일정이 꼬였기 때문에 그 기간을 넘길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 조항은 유효하다는 게 메시 측 주장이다.

결국 법적 다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법정으로 갈 경우 양 측 모두 손해라는 건 분명하다. 메시는 내년 여름이면 자유의 몸이 된다. 구단 입장에선 한 푼도 받지 않고 메시를 내줄 수밖에 없다. 메시도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편한 마음으로 다음 시즌을 보내야한다. 30대 중반의 나이를 감안하면 한 시즌을 그냥 흘러 보낸다는 건 엄청난 타격이다.

대화를 통한 이적의 길은 열려 있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메시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제값을 받고 파는 쪽을 택할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이상 잉글랜드), 인터밀란(이탈리아),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이 새로운 행선지로 떠오른다. 이 가운데 맨시티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와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이미 만났다는 보도도 나온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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