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명훈 “운명같은 트로트…‘끝’을 볼겁니다!”

입력 2020-08-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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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훈이 최근 신곡 ‘명훈이 간다’를 발매하고 트로트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 실력은 부족하지만 꾸준히 ‘트로트 스펙’을 쌓겠다”고 밝힌 그는 “길게 보면서 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디지털 싱글 ‘명훈이 간다’로 트로트 가수 데뷔한 천명훈

BTS 슈가 ‘대취타’ 뮤비 패러디
“재미있다” 해외 팬들까지 열광
SNS 총동원 ‘챌린지’도 진행 중
어설프게 하려면 시작도 안했죠
“‘데뷔’한 지 보름 남짓 된 신인 트로트 가수.”

가수 천명훈(42)은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했다. 목소리가 자못 비장했다. 1997년 결성한 그룹 NRG로 2000년대 초반 가요계를 휩쓸고, ‘부담보이’란 별명으로 방송가를 누빈 화려한 과거를 전부 잊은 듯했다. 11일 디지털 싱글 ‘명훈이 간다’를 발표하며 트로트 가수로 첫 발을 내딛은 천명훈은 “그만큼 각오가 대단하다는 뜻”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기까지 오래 고민했지만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직감을 따랐다. 직접 발로 뛰며 준비한 ‘명훈이 간다’를 내놓고 나서야 “이제 ‘본업’은 트로트 가수”라는 사실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천명훈은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길게 보고 달릴 것”이라며 웃었다.

트로트가수로 활동을 시작한 천명훈.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죠!”
신곡 ‘명훈이 간다’는 유쾌한 멜로디와 노랫말로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게 구성했다. 뮤직비디오에도 ‘힘’을 줬다. 다수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슈퍼주니어 신동에게 연출을 맡겼다. 그룹 방탄소년단 슈가의 노래 ‘대취타’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해 조선시대 궁궐 세트에서 한복을 입고 춤을 췄다.

“슈가의 뮤직비디오를 보자마자 정말 멋있어서 신동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전했죠. 나름의 ‘오마주’(존경의 표시로 대사나 장면을 인용하는 것)였어요. 다행히 해외 팬들까지 ‘재밌다’ ‘신난다’고 해주더라고요. SNS와 뮤직비디오 영상에 노래 좋다는 댓글도 많이 달려요.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 생각해요.”

올해 초 오디션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 출연하기 전에도 그는 트로트 제안을 꾸준히 받았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어서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안 한다”며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다 그만 강렬한 트로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운명처럼 ‘트로트 가수’가 다가왔다.

“음악만큼은 절대 타협 안 해요. 자존심이 세서 진지하게 하지 않으면 용납을 못 하죠. 이왕 시작했으니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려고요. 각종 SNS 계정 다 동원해서 ‘명훈이간다챌린지’도 하고 있고, 겨울에 낼 신곡도 벌써 준비 중이에요.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쌓아 가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트로트가수로 활동을 시작한 천명훈.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뒤늦은 ‘홀로서기’, 행복합니다.”
천명훈은 뜨거운 인기로 승승장구하던 날들만큼 침체기도 길었다. 그룹 멤버 혹은 출연하던 예능프로그램의 또 다른 출연자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덩달아 활동을 접는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됐다. 그는 “그럴 때마다 의연하게 털고 일어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스스로 무언가를 혼자 한 적이 없더라고요. 주로 예능프로그램이나 팀 활동을 하면서 빛을 봤는데, 그 주축이 무너지면서 제가 ‘붕’ 떠버렸어요. 자립심을 기르지 못했다고 할까요. 나보다 남 걱정하기 바빴거든요. 한때는 무기력함에 매몰되기도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제 날 위해 살아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야말로 “뒤늦은 홀로서기”이다. 천명훈은 “물론 고된 작업이긴 하다”며 웃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안무를 소화하기도 힘에 부쳤고, 곡을 준비하면서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던 건 “행복하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등산 같은 거예요. 올라갈 땐 진짜 힘든데 목표점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면 행복하잖아요. 삶도 똑같아요. 올라가다 내려가기도 하고, 걷다가 쉴 때도 있고. 그래도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한 거죠. 지금도 등산로를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예능프로그램이든, 어떤 무대이든 불러만 준다면 비집고 들어가 최선을 다 할 거예요.”

이제 목표는 인기나 돈이 아닌 “행복”이다. NRG 동료 문성훈, 노유민과도 “재미있고 행복한 일들을 해보자”며 그룹 활동에 대한 약속을 나눴다. 트로트 가수로서 신곡도 짧은 기간 안에 꾸준히 낼 생각이다.

“단 하나 바람이 있다면 코로나19가 빨리 멈췄으면 좋겠어요. 24년을 활동하면서 이렇게까지 힘든 상황을 만나보진 못했던 것 같아요. 이럴수록 ‘희망’이 주는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곧 코로나19가 물러나 ‘명훈이 간다’로 무대를 누빌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잃지 않을 겁니다.”

천명훈 프로필
▲ 1978년 4월6일생
▲ 1996년 그룹 하모하모 정규 1집 ‘빠삐용’으로 데뷔
▲ 1997년 그룹 NRG 결성·정규 1집 ‘뉴 래디언시 그룹’
▲ 2006년까지 ‘할 수 있어’ ‘히트송’ ‘대한건아만세’ 등 노래 발표
▲ 2006년 이후 예능프로그램 SBS ‘실제상황! 토요일’ 등
▲ 2013년 그룹 H.O.T. 문희준, 젝키 은지원 등과 프로젝트 그룹 핫젝갓알지 결성
▲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연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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