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너자이저’ 장하나, “스윙폼 교정은 ‘롱런’을 위한 선택”

입력 2020-09-03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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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스포츠동아DB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우승상금 3억7500만 원)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우승상금 3억5235만 원), 굵직한 두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9년 상금은 11억5700만 원으로 5관왕을 차지한 최혜진(12억700만 원)에 이어 시즌 2위였다. 무엇보다 총상금 41억2941만 원으로 새 시즌을 앞두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첫 ‘누적상금 50억 원’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주인공이 필드 안팎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에너자이저’ 장하나(28·BC카드)였기에 주변의 관심은 더 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5월에야 국내 개막전이 펼쳐지며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뒤늦게 감을 좀 찾나했더니 다시 기나긴 코로나19 휴식기가 이어지고 있다. 잠시 나태해졌던 지난 봄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부지런히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지난해 2승을 거뒀던 10월의 좋은 기억을 되살리며 투어 재개를 기다리고 있는 장하나와 3일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 스윙폼 교정은 ‘롱런’을 위한 선택
이번 시즌 9개 대회에 나서 7번 컷을 통과해 상금 1억2900만 원(17위)을 받았다.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톱 10에 3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준수한 성적이다. 그러나 장하나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뭔가 부족해 보인다. ‘에너자이저가 방전됐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그래도 7월 말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와 8월 중순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등 최근 열린 두 대회에선 각각 4위와 3위에 오르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올 시즌 전반적으로 대회를 많이 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최근에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이번 시즌 내 점수는 70점”이라며 “70점 밖에 주지 못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 마지막을 바라보는 희망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올해로 11년차. 용기를 내 변화를 택했다.
“6월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을 앞두고 스윙 궤도를 플랫(flat)하게 원 플레인 스윙으로 바꿨다. 프로에 와서 스윙 폼 교정은 처음이다. 시즌 중 이런 변화는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 있지만 선수 생활을 좀 더 오래하기 위해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혼란을 느껴 힘들기도 했지만, 차츰 좋아지고 있다. 최근 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스윙 궤도에 적응하며 자심감이 붙은 덕분이다.”

MBN 여자오픈 이후 예정됐던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KLPGA 투어는 두 달 가까운 휴식기를 갖고 10월 8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골프를 하며 이렇게 오랜 시간 경기를 안 해본 적은 처음”이라며 “스윙을 가다듬거나 하는 측면에선 좋기도 하지만, 최근 컨디션이 한창 올라오고 있던 상태라 혼돈스럽기도 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 결혼?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2015년 LPGA 투어로 떠났다가 2017년 5월 국내 무대로 돌아온 장하나는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재진출 기회를 잡았다. LPGA 투어 정규대회 우승자에겐 차기 시즌 풀시드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효녀’ 장하나는 이를 다시 ‘거절’했다. 국내무대 복귀를 선언했던 2017년처럼 부모님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재진출 포기, 그때의 선택에 대한 지금 생각은 어떨까. “솔직히 내가 힘들거나 지쳐서 미국행을 포기했더라면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미국 투어를 접은 것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며 “요즘 엄마,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늦둥이 외동딸인 그에게 ‘가정을 이룰 나이가 된 것 같다’고 묻자 “부모님께서 시집가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며 웃었다. “누군가를 만나 안정을 찾고 싶은 생각은 있다.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 친구들 모습을 보면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결혼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짚신도 짝이 있듯이, 때가 오겠죠?”

● 골프를 하며 후회해 본 적 없다
어느 순간부터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졌다. 골프 선수로 걸어온 길보다 남아있는 길이 많지 않음도 느낀다. 그래서 요즘 후배들을 보면 대견스럽다. 특히 박현경 임희정 유해란 등 프로 1, 2년차 ‘젊은 피’의 활약이 돋보인다. “옛날에는 어린 선수들보다 좀 나이가 있는 언니들 성적이 좋았던 것 같다”고 되돌아본 뒤 “어린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우리 골프가 더 다양해지고 풍족해졌다. 예전처럼 베테랑이 유리하다기 보다는 ‘젊은 패기가 이 투어에 먹히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선배로서 이런 후배들이 있어 우리 KLPGA 무대가 더 커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맙다”고 덧붙였다.

언젠가 그는 “우승 욕심이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KLPGA 투어 통산 11승, LPGA 투어 통산 5승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이런 말도 나왔을 터…. 그는 “‘어떻게 하면 골프를 더 재미있게 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오히려 내게 더 좋은 방향일 것 같아서 우승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로 한 것”이라며 “중고교 시절, 남들 다 하는 학창시절의 즐거움과 추억을 버리고 이제까지 달려온 게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던 발판이 됐을 것이다. 요즘 나이를 먹으면서 또래 20대 중후반 친구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같은 것도 조금 즐겨보려고 하지만 골프를 하면서 이제껏 그래도 단 한번도 후회를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투어 재개를 기다리며 어떤 마음가짐인지 물었더니 긍정의 에너자이저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 감 올라온 것을 생각하며 기본에 충실하며 우승을 노려보겠지만, 즐겁게 좋은 추억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역시 장하나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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