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강상우.
예비역 강상우(27·포항 스틸러스)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포항은 5일 열린 K리그1(1부) 19라운드 홈경기에서 난적 대구FC를 3-2로 물리쳤다. 최근 2경기 연속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포항은 승점 31(9승4무6패)로 4위를 유지했다.
포항은 8월의 극심한 부진을 털어내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3위 상주 상무와 승점 차는 3이다.
이날 득점자인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 그리고 ‘결승골의 사나이’ 송민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강상우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2-2 동점이던 후반 35분 역습 상황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송민규의 헤딩골을 이끌어냈다. 여유 가득한 도움이었다. 빠른 속도로 오른쪽 측면까지 드리블한 뒤 송민규가 문전으로 뛰어드는 속도와 높이를 보면서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다. 그는 포항 복귀 2경기 만에 기록한 첫 공격 포인트를 결승골 도움으로 장식했다.
강상우는 올 시즌 상주 상무를 대표한 공격수였다. 수비수에서 측면 공격수로 변신해 16경기에서 7골·5도움을 기록했다. 1부리그 국내선수들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이었다. 8월말 군 제대와 포항 복귀를 앞두고 그의 포지션에 관심이 쏠릴 정도로 골 감각은 절정이었다.
공격수보다는 풀백 자원이 부족한 까닭에 김기동 포항 감독은 18라운드 성남FC전(포항 2-1 승)에 강상우를 수비수로 기용했다. 입대 전 위치로 되돌렸다. 대구전에서도 강상우는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후반에 윙어로 역할을 바꾸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 덕분에 결승골 도움도 가능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상우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올렸는데 잘해줬다. 특별히 포지션 변경을 얘기하지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공격에서도 워낙 잘해온 선수라 믿고 기용했다”고 밝혔다.
감독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이다. 강상우처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선수들의 체력적 문제가 드러나는 시점이기에 강상우의 복귀는 포항에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