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불펜을 비롯한 마운드는 약하지만 타선의 힘으로 버틴다?’ KT 위즈를 향한 이 같은 시선은 절반만 정답이다.
실제로 타선의 파괴력이 강한 것은 맞지만, 지금 KT의 팀 컬러는 높은 마운드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의 절반 이상을 쪼개 살펴봐도 투타의 조화를 바탕으로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군림 중이다. 쉽게 보고 달려들던 상대팀들의 최대 경계대상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올해 KT 위즈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 이상을 노리고 있다.
KT는 7일까지 54승1무43패(승률 0.561)로 두산 베어스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라있다. 선두 NC 다이노스와 어느새 4게임차. 지난주 수원 SK 와이번스와 더블헤더 싹쓸이는 물론 ‘불펜 데이’로 운영한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승리했다. 창단 첫 한 주 6경기 전승의 위업을 달성하며 신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6연승은 단편적 지표에 불과하다. KT의 강세는 6월부터 시작됐다. 5월까지 10승13패(승률 0.435)로 7위에 처졌지만, 6월 4일 이후 74경기에서 44승1무29패(승률 0.603)의 상승세다. 이 기간 승률 6할을 넘긴 팀은 KT가 유일하다. 144경기의 절반 이상 기간 동안 승률 1위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착시를 걷어내고 보면 지금 KT를 지탱하는 힘은 마운드다. 6월 4일 이후 KT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4.30으로 리그 1위다. 선발 ERA는 4.63으로 6위인데, 불펜 ERA는 3.82로 1위다. 리그 전체적으로 불펜난이 심각한 가운데 3점대 불펜 ERA는 KT가 유일하다. 이대은을 비롯한 기존 자원이 모두 고전했을 때 주권을 축으로 유원상, 이보근, 조현우, 이창재 등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던 투수들을 이강철 감독이 적극 활용하며 만든 결과다.
이 때문에 6일 키움전 승리는 선발투수 없이 이겼다는 사실보다 KT가 불펜 데이를 할 만큼 뒷문의 양적, 질적 자원이 풍부해졌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 타선의 파괴력은 ‘편견’ 그대로다. 선발투수가 5~6이닝을 3~4실점으로만 버텨주면 뒷심으로 해볼 만하다는 이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선수단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미 PS는 물론 더 높은 곳까지 바라보고 있다. KT 구단 관계자들은 “이런 날을 너무 늦게 만들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최하위권을 전전하던 시절에는 아낌없이 응원한 팬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관중 체제가 아쉽기만 하다. 야구가 올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KT는 ‘지속가능한 강팀’을 노리고 있다. 초석은 충분히 닦아놓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