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아쉬웠던 대전하나와 이별… 황선홍, “결국은 내가 부족해서”

입력 2020-09-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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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황선홍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황선홍 감독(52)과 K리그2(2부) 대전하나시티즌이 결별했다.

대전하나는 8일 “황선홍 감독이 6일 부천FC와 홈경기(1-0 승)가 끝난 뒤 구단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임 의사를 밝혀왔고, 구단과 긴밀한 상의 끝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대전하나와 2년간 계약했던 황 감독은 전날(7일) 밤 클럽하우스에서 김진형 단장과 거취를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자진 사퇴’로 결론이 모아졌다. 감독대행 자격으로 당분간 팀을 이끌게 될 강철 수석코치(49)와는 8일 오전 신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급작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불편한 조짐은 오래 전부터 감지됐다. 현장과 구단 사무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고, 끝까지 동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가 파다했다.

처음 잡음이 외부로 흘러나온 시점은 7월 19일이었다. 당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11라운드 수원FC와 홈경기에서 1-4로 패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황 감독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큰 점수차 패배는 전적으로 감독의 잘못”이라면서도 “대전하나는 좋은 팀이 돼야 하고, 구단은 이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좋은 팀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쌓인 구단에 대한 불만을 황 감독이 폭발시켰다는 시선이 많았지만, 타이밍이 썩 좋진 않았다. 바로 직전 주중에 벌어진 FA컵 16강전에서도 대전하나가 연장 혈투 끝에 K리그1(1부) FC서울에 승부차기로 무릎을 꿇은 터라, K리그2 선두를 다투는 라이벌전의 패배는 훨씬 크게 다가왔다.

구단도 황 감독에게 서운함이 있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다. 시민구단에서 기업 구단으로 전환한 대전하나는 ‘창단 첫 해 K리그1 승격’을 목표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수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원FC전 대패 후 2연승을 달려 정상궤도로 재진입하는 듯하던 대전하나는 이후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의 늪에 빠졌다. 6일 부천에 1-0으로 이겼지만, 답답한 경기력은 여전했다. ‘이대로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 기류가 구단 안팎에서 감돈 이유다.

그러나 결별의 타이밍과 관련해선 구단 또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함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18라운드까지 대전하나는 8승6무4패, 승점 30으로 3위에 올라있다. 선두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35), 2위 수원FC(승점 33)와 격차가 크지 않다. 리그 1위를 통한 다이렉트 승격도, 플레이오프(PO)를 통한 K리그1 진입도 모두 가능한 상황이라 “구단 결정이 조급함으로 비쳐질 수 있다. 선수단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어쨌든 황 감독은 깔끔한 이별을 택했다. 구단의 발표 직후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그는 “결국은 내 부족함에서 비롯된 일이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 대전하나의 선전을 계속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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