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얼마나 무마시켜 주셨나요.”: 최무성 향한 조승우의 묵직한 한 방
검과 경이 각자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서로를 겨냥하며 보이지 않은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아들의 불법 취업 청탁 혐의를 받고 있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남재익(김귀선)이 수사국장 신재용(이해영)을 고소했다.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형국에, 검찰 출신이 법사위 위원장에 앉으면 불리하니 경찰이 표적수사를 했다는 것이 요지였다.
최빛(전혜진)은 미리 파악해둔 남의원의 약점으로 고소를 무마시키고자 국회로 달려갔다. 뜻밖에도 그 자리엔 우태하(최무성)도 있었다. 검경 간의 영토 문제를 가라앉히려면 우태하는 되려 고소를 부추겨야 하는데, 그가 남의원을 찾은 건 최빛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 의도를 간파한 황시목은 “뭘 얼마나 무마시켜 주셨나요”라며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취업청탁을 덮어주고 무혐의 판결을 받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우태하였던 것. 알아도 눈 감아야 할 상황에 황시목이 그의 비리를 꿰뚫으며 짜릿한 엔딩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해안선을 지켜볼 의무가 있는 사람들.”: 조승우와 배두나, 공조의 이유
한여진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그 동안 용산서 강력3팀 소속으로 무수히 많은 범죄자들을 잡아 넣는데 일조했지만,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도 안개는 막을 수 없었고, 아무리 잡아도 범죄자들은 줄지 않았다. 믿고 따르는 상사였던 최빛이 남의원 아들의 마약 사건을 알고도 침묵했다는 사실에 힘이 빠질 정도로 더욱 씁쓸했던 이유였다. 그렇다고 같이 침묵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황시목이 상기시킨 대로, “우리는 해안선을 지켜볼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 스스로 이를 되새긴 한여진은 최빛을 찾아가 알면서도 숨기고, 대의를 위해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에 분노를 표했다.
“왜, 왜가 필요합니까?” : 조승우의 원칙과 정의가 드러난 순간
강원철(박성근)은 황시목에게 더 이상 남재익 의원의 일을 건드리지 말라고 권유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아들 또한 은행을 관뒀으니 이미 끝났다는 것. 일전에 취업 청탁 넣다 걸린 정치인이 처벌 받기는 커녕 담당 검사를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한 사례도 있었고, 무엇보다 우태하가 이 일에 연루됐다는 점은 강원철이 그를 말린 진짜 이유였다.
하지만 왜 무덤에 들어간 사건을 굳이 다시 꺼내냐는 강원철에게 황시목은 “왜, 왜가 필요합니까?”라며 반문을 제기했다. 그에겐 침묵을 좌시하지 않고 끊임없이 해안선을 지켜보는 것이 ‘왜’가 필요하지 않은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강원철은 그가 앞으로도 줄 잘 서는 ‘사회생활’을 할 인물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이상의 설득을 멈추고 홀로 쓰디쓴 술잔을 들이켰다.
“지난 번처럼은 할 수 없습니다.”: 정의로운 소신 밝힌 배두나
서동재(이준혁) 검사가 실종됐고, 경찰은 더 좌불안석이 됐다. 경찰의 내부살인이 의심되는 세곡지구대 사건을 파고 있었던 서동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니, 그의 실종이 경찰과 무관하다고 확신할 수 없었던 것. 최빛이 한여진에게 송기현(이가섭)의 죽음도, 서동재의 실종도, 경찰과 무관하다는 걸 입증해오라고 지시한 이유였다.
한여진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 전, “경찰에 불리한 쪽으로 결론 나도 지난 번처럼은 할 수 없습니다. 협의회 끝난 다음에 진범을 잡거나 수사권을 가져온 다음에 실체를 드러내자 그런 거요”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인과 조직의 욕망이 얽혀 있는 ‘비밀의 숲’에서 꿋꿋하게 정의로운 소신을 지키고자 하는 한여진의 다짐이 더욱 든든했던 순간이었다.
사진제공=tvN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