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박건하 신임 감독이 9일 경기도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박 신임 감독은 팀의 1부리그 잔류에 모든 힘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사진제공|수원 삼성
“어렵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 길을 택했다.”
K리그1(1부)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박건하 감독(49)의 이야기다.
수원은 8일 “제6대 사령탑으로 ‘레전드 출신’ 박건하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2년 12월까지다”고 발표했다. 박 감독의 데뷔무대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하나원큐 K리그1 2020’ 20라운드 FC서울과 원정경기다.
솔직히 전망은 밝지 않다. 창단 25주년을 맞은 수원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시즌 초부터 거듭된 부진 속에 19라운드를 마친 현재 4승5무10패, 승점 17로 11위다.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14)와 격차도 크지 않아 한 번 더 삐끗하면 K리그2(2부) 강등이 성큼 다가올 수 있다.
박 감독은 9일 전화통화에서 “주변에선 좀더 쉽고 수월할 때를 말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더 많은 책임감과 의미를 느꼈다”고 감독직 수락 이유를 설명했다. 오히려 좀더 빨리 함께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걱정이 훨씬 크다. 이임생 전 감독과 엇박자를 낸 수원은 이상할 정도로 신임 사령탑 선임에 뜸을 들였다.
많은 축구인들도 “수원은 침체된 흐름과 패배의식에 젖은 분위기를 바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우려한다. 팀을 재정비할 틈도 없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전력보강도 여의치 않고, 변화를 줄 수도 없는 시점이라면 더욱 그렇다.
엄청난 부담과 압박감에 시달리는 박 감독은 수락 이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명색이 창단 멤버인데 위기에 빠진 친정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다”고 밝혔다.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자신 있다”는 호언장담보다는 훨씬 인간미가 느껴지는 표현이다.
그래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고, 스스로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이다. 강등권의 수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감독직을 수락한 순간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다. 이경수 숭실대 감독을 수석코치로 불러들여 9일 훈련부터 공식 출항한 ‘수원 박건하호’의 핵심 키워드는 ‘후회 없는 도전’이다.
“사정을 모르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다. 한 점 후회 없이 힘껏 도전해나가겠다. 큰 그림은 당면한 난국을 잘 타개하고 나중에 그리겠다”는 박 감독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지만 선수들을 잘 추스르고 버무려 한 걸음씩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