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데뷔 10주년 배다해, “아픔을 딛고 돌아왔습니다”

입력 2020-09-09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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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하면서 겪은 언어폭력, 상식 밖의 일들
‘모차르트!’하면서 마음의 응어리 풀려
생애 첫 연극 도전, 유관순 역 맡아

“지난 4년 간 고난의 세월을 걸어왔습니다. 그래도 여러분 덕에 아직까지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며 살아라”는 바람을 담아 아버지가 지어 주셨다는 이름 배. 다. 해.
배다해는 5년 전 자신의 개인 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데뷔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스스로 마련한, 작지만 소담한 콘서트였다. 직접 재료를 사다가 장식한 생화 화분들, 가위로 종이를 오려 만든 무대장식, 두 벌의 무대의상. 관객들은 콘서트장이라기보다는 배다해라는 아티스트이자 한 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 받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5년.
배다해는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그룹 바닐라루시의 멤버로 싱글 ‘비행소녀’를 발표하며 데뷔한 것이 2010년 4월이었다.

10년차 가수이자 뮤지컬배우가 된 배다해는 올 한 해를 바쁘게 살았다. 가장 최근 활동은 뮤지컬 ‘모차르트!’의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누나 ‘난넬’ 역으로 무대에 선 것이었다. 공연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이름의 대재앙으로부터 무사했다면 배다해는 두세 배 쯤 더 바쁘게 살았을 것이다.
이번엔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영역에 도전장을 냈다.
연극이다. 무대에서 ‘노래하지 않는 배다해’를 관객들은 처음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본래 이 인터뷰의 콘셉트는 ‘연극에 첫 도전하는 배다해’였지만, 조금 욕심을 부려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다해’로 은근슬쩍 넓혀보기로 했다. 5년 콘서트의 타이틀은 당시 배다해가 발표한 싱글곡의 제목과 같은 ‘여섯 개의 봄’이었다. 그래서 이 인터뷰 역시 여섯 개의 키워드로 슬그머니 멋을 부려 보았다. 작지만 소담한 밥상처럼 차려보고 싶었다.

배다해와의 인터뷰는 서면을 통한 비대면 인터뷰로 진행되었고, 예상보다 길어져 두 편으로 나누어 게재한다.


키워드1) 데뷔 10주년

- 공식적으로 2010년 4월 싱글 ‘비행소녀’로 데뷔해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팬과 독자들께 10주년 아티스트로서의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배다해입니다. 가수로는 어느덧 데뷔 10주년이 되었고, 뮤지컬 배우도 9년이나 되었네요. 지금까지 잘 버티다가 이렇게 또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 허락돼 너무 감사하고 또 늘 반갑습니다.”

-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데뷔할 때 ‘10주년 후의 배다해’를 어떻게 그려보셨나요.



“데뷔할 때는 대부분 큰 꿈을 꾸고 시작했을 거니깐 …. 아마도 제 사인 한 장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으리라(웃음). 허황되지만 즐거운 꿈을 꾸며 시작한 것 같아요.”

- 하하! 돌아보면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어느 때였을까요.

“돌아보니 아무래도 ‘남자의 자격’ 때였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충분히 즐기지도 못한 채 지나갔지만, 10년이 흘러보니 정말 소중했던 순간이고, 소중했던 기억이었어요.”

- 역시 ‘남자의 자격’이었을까요. 2005년에는 데뷔 5주년을 맞아 야기 스튜디오에서 ‘여섯 개의 봄’ 기념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가기엔 너무 서운할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래서 아주 소수만 모일 수 있는 작은 콘서트로 만나 뵈려고 계획 을 했고 티켓도 오픈했어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직은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 10주년을 맞이했으니, 이번엔 ‘20주년의 배다해’를 한번 그려볼까요.

“하하하! 20주년에는 좀 더 깊이 있는 배우, 가수, 사람 배다해였으면 참 좋겠어요.”


키워드2) 작품


- 올해는 모처럼 무대 작품 활동이 많았습니다. 최근 뮤지컬 ‘모차르트!’가 끝났죠. 모차르트의 누나 난넬 역이었습니다. 2016년 ‘벽을 뚫는 남자’가 마지막 뮤지컬 출연이었던가요? 그동안 왜 그렇게 무대로부터 떨어져 계셨는지.

“하아 … 이게 너무 개인적인 사정이라 섣불리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뮤지컬을 하면서 사실 힘든 상황이 너무 많았어요.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며칠동안 언어폭력에 시달리기도 했고. 대부분의 단체생활이란 것이 원만하거나 모든 게 합리적인 일들만 일어나진 않는 곳이지만 조금 많이 상식 밖의 일들을 제가 겪게 돼서 오랫동안 몸이 안 좋았어요. 극도의 스트레스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뮤지컬을 정말 너무 좋아하고 경애하는 사람인데 ‘아직 이곳이 이렇게 비합리적인 묵언의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는 곳인가’라는 생각에 섣불리 돌아올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EMK 정은용 제작 감독님께서 이 이야기들을 모두 들어주셨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죠. EMK컴퍼니를 통해, 그리고 함께 한 배우님들을 통해 그동안 응어리져 있던 아픔들이 많이 회복 되었어요.”

- 그런 엄청난 일들이 있었군요. 이런 이야기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아픔이 많이 회복되셨다니 일단은 다행이고,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오시게 되어 더욱 다행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요. 그런데 이번에 데뷔 후 처음으로 뮤지컬이 아닌, 연극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유관순 열사 서거 100주년 기념공연이죠. 연극 ‘유관순 9월의 노래’라는 작품인데요.

“이번 작품은 저의 첫 연극이구요. 예상하시겠지만 일본의 불법폭력과 잔인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대한독립을 외친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유관순 열사 역이구요(웃음).”

사진제공 | 배다해, EMK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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