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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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연말 대작, 김병우 감독의 ‘대홍수’가 글로벌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정량적 흥행세’와 대조적으로 심각한 ‘평점 몸살’을 앓고 있어 눈길을 끈다. 19일 공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혹평이 작품을 설명하는 대표 수식어까지 된 분위기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대홍수’는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부문 1위에 직행,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9일 연속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흥행 파괴력은 시청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공개 첫 주 시청 수는 2790만 뷰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이었던 마동석의 ‘황야’(1430만 뷰)를 압도했다.

이같은 성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에서만 유독 평가가 냉정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도 있지만, 해외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글로벌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 기준 전문가 평점을 뜻하는 ‘신선도 지수’는 53%로 ‘썩은 토마토’에 해당하며 관객 평점 ‘팝콘 지수’ 역시 34%로 처참한 점수를 받았다. 글로벌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인 IMDb에서도 평점은 10점 만점에 5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외신 평가 역시 냉정하다. 북미 매체 버라이어티는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무리하게 엮은 영화”라고 혹평했고, 디사이더는 “알고리즘 기반 엔터테인먼트를 옹호하는듯한 짜깁기식 재난 이미지의 나열같다. 변명처럼 느껴지는 영화”라고 날을 세웠다. 높은 조회수가 곧 작품에 대한 만족도로 이어지진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홍수’의 글로벌 성적은 작품성보다는 시기적 요인에 기댄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OTT 이용이 급증하는 연말 시즌에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재난 장르라는 특성이 시청을 견인했다는 해석이다. ‘대홍수’에 앞서 공개돼 성적은 높지 않았으나 글로벌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평’을 얻은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와는 대조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대홍수’는 순위나 시청 수만으로 작품의 성공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화려한 성적표 뒤에 가려진 냉담한 평가들은 향후 우리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묵직한 질문까지 던지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