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감독 허문회. 스포츠동아DB
또 다시 벼랑 끝이다. 한 발만 삐끗하면 3년만의 포스트시즌(PS) 진출은 물거품이 된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쓴 성공사의 출발점은 대부분 벼랑 끝에서 시작됐다. 허문회 감독의 농담처럼 음력 8월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롯데는 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7-5로 승리했다. 4-2로 앞선 9회말 ‘클로저’ 김원중이 2점을 내줬고, 이 과정에서 비디오판독 결과에 어필한 허문회 감독이 퇴장당하는 복잡한 상황. 하지만 롯데는 연장 10회 1사 만루에서 김준태의 싹쓸이 3타점 2루타에 힘입어 승리를 챙겼다.
스토브리그부터 숱한 화제를 낳아온 롯데의 최근 키워드는 ‘8치올’이었다. 허 감독이 시즌 초반부터 여름, 특히 ‘8월부터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한 다짐의 줄임말이다. 허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전들의 체력안배에 힘썼다. 시즌 막바지가 아니라면, 무리해서 거둔 1승보다는 컨디션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원칙이 확고했다. 실제로 롯데는 타 팀이 체력저하로 허덕이기 시작한 8월 14승1무8패로 치고 올라갔다.
8월이 지나자 다시 추락이 시작되는 듯했다. 8일까지 9월 성적은 2승5패. 그러나 허 감독은 “음력 8월도 있다.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일 경기에 앞서 “조만간 디데이를 결정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아껴뒀던 선수들의 체력을 쏟아 붓겠다는 선언이다.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롯데는 5위 KT 위즈와는 이미 격차가 상당하며 6위 KIA 타이거즈와도 3게임차다. 파죽의 연승행진이 아니면 뒤집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롯데는 이런 벼랑 끝 뒤집기가 익숙한 팀이다. 마지막 PS 진출 시즌인 2017년에도 전반기를 41승1무44패(승률 0.482)로 마쳤지만 후반기 39승1무18패(승률 0.684)로 반전에 성공했다. 당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롯데의 주축으로 뛰고 있다.
9일 경기 승리는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최근 슬럼프를 겪었던 안치홍이 개인 27경기 만에 3안타를 몰아쳤고, 여전히 건재한 이대호가 1회초 2타점 적시타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포수 김준태가 하위타선에서 승부처 3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9회말 감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저력, 그리고 뒷심을 과시했다.
올해 음력 8월 30일은 10월 16일로 36일 남았다. 아직 음력 8월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미신에 가까운 허 감독의 농담에는 선수들에게 ‘결코 포기하지 말라. 아직 충분히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 말처럼 롯데의 PS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