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타’ 김한별, 두 번째 별을 따다·2연속 우승으로 통산 2승

입력 2020-09-13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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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별.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전반 9번(파4) 홀을 마친 챔피언조의 김한별(24·골프존)이 합계 12언더파로 단독 선수를 달리고 있을 때 2타 차 10언더파까지 무려 10명이 리더보드에 촘촘히 이름을 올릴 정도로 혼전이었다. 누가 우승을 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이었다.

이때 챔피언조 바로 앞 조에서 플레이한 왕정훈(25)이 먼저 힘을 냈다. 11번(파4), 12번(파3)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12언더파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왕정훈은 13번(파4) 홀 그린 주변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이 빗나가며 보기로 주춤, 다시 1타 차 공동 2위로 내려앉았다. 뒤이어 13번 홀에 선 김한별은 14m 먼 거리 파 퍼트를 남겨 타수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를 놓치면 무려 6명이 공동 선두를 이룰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김한별은 기적같이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에는 권성열(34)과 이태훈(30·캐나다)이 각각 14번(파5), 15번(파4) 홀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하며 12언더파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추격자들이 돌아가며 위협했지만 김한별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14번 홀에서 세 번째 샷을 홀컵 2m에 붙인 뒤 차분하게 버디에 성공, 13언더파 단독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곧바로 이태훈이 16번(파4)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으며 다시 공동선두로 올라오자, 김한별은 회심의 승부수를 띄웠다. 292m 파4 15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선택한 후 티샷을 306m 날려 그린 뒤 러프에 떨궜다. 한번의 실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쉽게 시도하기 힘든 공격적 플레이였다. 결국 세컨 샷을 홀컵 90㎝에 붙이며 버디를 기록해 14언더파 단독 1위에 복귀했다.

계속된 추격에도 김한별이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태훈은 18번(파4) 홀에서 보기로 1타를 잃으며 뒷걸음질 쳤고, 단독 2위 이태훈과 2타 차로 격차가 벌어진 김한별은 여유있게 17번(파3) 홀과 18번(파4) 홀을 연속 파로 마무리하며 감격적인 우승을 완성했다.

이제는 ‘원스타’가 아닌 ‘투스타’라고 별명을 바꿔야할 듯 하다. 김한별이 두 번째 별을 따냈다. 13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36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4억 원)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챔피언에 올랐다.

김한별.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8월 30일 끝난 ‘헤지스골프 KPGA오픈 with 일동레이크골프클럽’에서 연장 접전 끝에 코리안투어 데뷔 첫 승을 챙겼던 김한별은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하며 ‘2020년 대세’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올 시즌 최고인 2억6030만3688원. 당초 2억5200만 원이었지만 조직위원회는 예상 인원 75명보다 적은 64명이 컷을 통과하자 상금 배분을 조정해 우승 상금을 약 800만원 올렸다. 코리안투어 2년 차 김한별은 시즌 첫 다승 영광과 함께 2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대상포인트(2975점), 상금(4억1774만9955원) 모두 1위에 올랐다. 코리안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2014년 바이네르-파인리즈 오픈과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연이어 제패한 박상현(37) 이후 약 5년 10개월 만이다.
2라운드까지 5언더파 공동 17위에 머물렀던 김한별은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 단독 2위로 올라선 후 선두 문경준(38)에 1타 뒤진 단독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1번(파4) 홀에서 버디로 기분 좋게 출발한 뒤 6번(파5) 홀에서 1타를 더 줄였고, 8번(파4) 홀에선 4m 퍼트로 파 세이브에 성공하는 등 흠 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첫 우승 뒤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아 주변을 뭉클하게 했던 김한별은 “이번에도 아버지, 어머니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부모님이 두 분 모두 교사셨는데, 그동안 연금을 깨면서 돌봐주셨다. 이제는 내가 그 사랑을 갚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13번 홀에서 어렵게 파 세이브를 했을 때 우승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해 첫 승이 목표였는데, 벌써 2승을 했다. 이제는 대상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찌감치 골프를 시작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중학교 1학년 때 뒤늦게 골프에 입문한 김한별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신인상 포인트 1위를 달리다 하반기 주춤하며 이재경(21)에게 생애 한번 뿐인 신인상 타이틀을 넘겨주기도 했다.

“지난해 목표로 했던 신인상을 놓치면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숏게임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시즌 초반에 성적이 괜찮아 퍼트만 조금 잘 되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사실 몰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번 상금으로 내 집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다. 고기도 사 먹겠다”며 웃은 뒤 “그동안 자신감을 잃었을 때 내게 힘을 불어넣어준 두 친형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인천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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