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24년 전 황선홍, 최용수가 뛴 ‘A대표팀 vs 올림픽팀’ 평가전은 어땠을까?

입력 2020-10-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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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월, 한국축구의 관심은 온통 월드컵 유치에 쏠려 있었다. 5월 31일로 예정된 2002년 대회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을 상대로 한 득표 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축구 붐 조성에도 열을 올렸다. 우리도 축구에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빅 이벤트를 개최할 능력이 있다는 걸 당당하게 보여줘야 했다. 해외 유명 클럽 초청 등 다양한 행사가 기획된 가운데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평가전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홍명보, 황선홍, 고정운 등이 주축을 이룬 A대표팀은 박종환 감독이 이끌었다. 선수 대부분이 1994년 미국월드컵을 경험한 명실상부 최고의 멤버였다. 7월 애틀랜타 대회 출전을 앞둔 올림픽팀은 러시아 출신의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지도했다. 최용수, 윤정환, 이기형 등이 중심이 된 올림픽팀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라이벌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역대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출전선수의 연령제한이 도입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축구대표팀은 1·2진 개념 대신 A대표팀과 올림픽팀으로 재편됐는데, 이원화 체제 이후 처음으로 ‘형과 아우의 평가전’이 성사됐다.



노련미와 패기의 한판 승부를 놓고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평가전(4월 21일)이 열린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관중이 몰려들었고, 인근 올림픽대로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5만여 관중은 경기 내내 2002년 월드컵 엠블렘이 선명한 깃발을 흔들며 응원했다. 김영삼 대통령도 경기장을 찾아 시축을 한 뒤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평가전이 급작스럽게 잡히는 바람에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승부였다. 경기는 관록의 A대표팀이 이겼다. 김도훈, 황선홍이 연속으로 골 망을 흔들어 이경수의 중거리 슛으로 한골을 만회한 올림픽팀을 2-1로 물리쳤다.



24년 만에 또 한번 ‘형과 아우’의 대결이 펼쳐진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팀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차례 평가전(9일·12일)을 갖는다. 24년 전엔 월드컵 유치가 명분이었다면, 이번 이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로 월드컵 지역예선 등 A매치가 미뤄졌고, 도쿄올림픽도 1년 연기되는 등 비상 상황 속에서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특별 이벤트다. 국가 간 이동 제한으로 K리거들만 소집된 것도 이채롭다.



오랜 만에 보는 태극마크다. 빅 매치에 목마른 팬들에게도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들 기량 점검이 우선이겠고, 선수들은 자신의 성장을 뽐내는 게 중요하다. 형이든 아우든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경기력만이 평가를 받을 것이다. 모쪼록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평가전을 기대해본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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