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내가 죽던날’제작보고회에는 박지완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가 참석했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고생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포착한 단편영화 ‘여고생이다’(2008)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박지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 ‘내가 죽던 날’은 탐문수사 형식으로 사건 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전개와 그 안에 담아낸 섬세한 감성으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깊은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극 중에서 김혜수는 하루 아침에 자신이 믿었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순간, 한 소녀의 의문의 자살사건을 맡으며 그녀의 흔적을 추적하게 된 형사 ‘현수’ 역을 맡아 형사의 집요함과 함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마을 주민이자 소녀의 마지막 행적을 목격한 ‘순천댁’으로 분해 표정과 작은 몸짓 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한다. 신예 노정의는 섬의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 ‘세진’ 역을 맡아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박지완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서 “첫 영화이기도 해서 김혜수 선배가 할지 잘 몰랐지만 거절을 당하더라도 시나리오를 드리기라도 하자고 해서 큰 용기를 내서 드렸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나자고 해주셔서 엄청 떨렸다”라며 “이정은 선배에게 시나리오를 주고 나서 ‘기생충’이 개봉됐다. 그래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하시겠다고 하시더라. 노정의는 가만히 있는 표정과 활짝 웃는 표정이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함께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에 대해 “사건이 끝난 후의 이야기다. 그 사건 안에 이면을 들여다보고 그 사건 안에 어떤 사람이 있었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전달하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김혜수는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만났을 것 같다. 글에서 느껴지는 진심과 진실을 어떻게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배우와 스태프가 모두 한 마음으로 모였다”라며 “섬세함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표현하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은 약간 운명처럼 느껴졌다. ‘내가 죽던 날’ 시나리오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떤 이야기인지 장르인지도 알기 전에 이 영화는 운명적으로 내가 해야할 것 같았다. 특별한 경험을 하며 시작하게 된 작품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은은 “사람이 진심과 진실을 잘 표현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언어다. 그런데 내 캐릭터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어를 빼고 역할을 했을 때 진실과 진심이 닿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라고 출연 계기를 털어놨다.
노정의는 “김혜수 선배와 이정은 선배가 하신다고 들어서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또 내 나이 또래 내용으로 이뤄져서 그 누고보다 잘 살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외적으로 신경을 써야했던 김혜수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의 인물들이 많다. 현수 캐릭터가 더욱 더 그랬다. 피폐한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고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많은 것들이 걷어진 상태에서 촬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다시 한 번 ‘형사’ 역을 맡은 것에 대해 “실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는 형사라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진짜 이야기는 그녀의 직업과 관련된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섬세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의식해서 구분을 짓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정은은 “말을 못하는 캐릭터라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이 글을 쓰는 건데 글씨체를 만드는 데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들의 탄탄한 스토리가 기반이 된 것에 대해 이정은은 “배우로서 많은 작품을 만났지만, 여성캐릭터가 잘 써있는게 쉽지 않다”라며 “이 작품은 정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저변이 잘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는 서로의 운명 같은 인연에 감사하며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이 작품을 만난 것도 운명이었지만 이정은을 만난 것도 운명 같았다. 이정은을 만난 것도 운명 같았다. 좋은 배우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에겐 축복이다. 매순간이 경이로왔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정은은 김혜수에 대해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의 모든 장면이 압도적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다”라고 말했다.

노정의 역시 선배 김혜수와 이정은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하기도 했다. 노정의는 “질문을 하기 전에 내가 어려운 게 뭔지 미리 파악하시고 먼저 다가와주셔서 알려주셨다. 특히 김혜수 선배는 자신의 장면이 아님에도 먼저 와주셔서 모니터를 해주셨다. 그리고 이정은 선배는 매번 나와 함께 울어주셨다. 그래서 이정은 선배만 봐도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혜수는 “이정은은 누구에게나 다 그런다. 영화 속에서 무언의 목격자이자 위로의 첫 사슬이 되는 분이다”라며 “실제 현장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아 배우로서 큰 위로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지완 감독은 “세 배우를 비롯해 여러 배우들이 함께 했다. 복이 많은 것 같다. 꼭 와주셔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노정의는 “위로와 격려를 얻어가시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정은은 “김혜수와 김선영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너무 좋았는데 꼭 보셔서 교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혜수는 “지금 어느 때보다 힘들고 지칠 때다. 극장을 찾기까지 마음 먹는 것도 부담이 되시겠지만 방역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누렸던 기쁨을 조금씩 누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용기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영화 ‘내가 죽던날’은 11월 개봉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