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연장의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전주 KCC가 11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고양 오리온과 원정경기에서 송교창(18점·9리바운드)-라건아(28점·11리바운드)를 앞세워 92-79로 이겨 시즌 첫 승(1패)을 신고했다. 오리온은 개막 2연패.

오리온은 10일 부산 KT를 상대로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연장전을 3차례나 치른 끝에 115-116으로 졌다. 오리온에는 결과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음날 오후 2시 KCC와 홈 개막전을 위해 서둘러 부산을 떠났다. 고양에 도착한 시각은 10일 오후 11시. 경기를 준비할 시간도, 체력을 회복할 시간도 부족했다. 외국인선수 제프 위디가 부상으로 빠져 디드릭 로슨이 홀로 KT전에 이어 KCC전도 버텨야 했다. 오리온 강을준 감독은 KCC전에 앞서 “선수들의 의지를 믿고 해보겠다. KT전에서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에게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의 기대처럼 오리온은 2쿼터까지는 잘 버텼다. 국내선수들의 높이 우위를 잘 활용해 KCC와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2쿼터 도중 악재가 발생했다. 최진수가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더 이상 뛸 수 없었다. 체력적으로 열세인 데다 가용 인원까지 줄어든 오리온 결국 3쿼터 중반 이후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KCC 송교창과 라건아를 봉쇄하지 못해 3쿼터를 59-68로 뒤진 채 마쳤다. 오리온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친 선수들의 슛은 연거푸 림을 외면했다.

KCC는 이정현 등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최상이 아니었지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귀중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비 시즌을 거의 재활로 보낸 KCC 외국인선수 타일러 데이비슨은 16분여 동안 16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감각을 회복하고 있음을 알렸다.

한편 울산 경기에선 원주 DB가 4쿼터에만 각각 9점, 7점을 책임진 저스틴 녹스(28점)와 허웅(10점)의 맹활약으로 홈팀 현대모비스에 82-77로 역전승했다. DB는 개막 2연승을 내달린 반면 현대모비스는 개막 2연패를 당해 희비가 엇갈렸다.

고양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