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린. 사진제공|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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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까지 10타 차 단독 선두. 이변은 없었지만 첫 트로피를 품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안나린(24·문영그룹)이 천신만고 끝에 꿈에 그리던 첫 우승 기쁨을 누렸다.

11일 세종시 세종필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 파를 기록하고 나흘간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상금 1억4400만 원을 차지했다. 2위 유해란(19·SK네트웍스)과는 4타 차.

올해로 투어 4년차인 안나린은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상금과 평균타수에서 30위 이내에 이름을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상금랭킹 36위에 평균 타수 38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도 직전 대회였던 팬텀클래식까지 11개 대회에서 2번 컷 탈락했고,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거둔 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안나린. 사진제공|KLPGA

안나린. 사진제공|KLPGA



1라운드에서 2언더파로 공동 4위에 랭크됐던 안나린은 2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치며 합계 9언더파로 단독 1위로 올라선 뒤 3라운드에서도 7타수를 줄이며 합계 16언더파로 독주했다. 3라운드까지 2위를 달린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의 격차는 무려 10타에 이르렀다.
그러나 첫 우승의 부담감 때문인지 4라운드에선 전날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13번 홀까지 보기만 3개를 범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가 주춤하는 사이 유해란이 무섭게 추격했다. 3라운드까지 안나린에 13타 차 뒤졌던 유해란은 4라운드에서만 9타를 줄이며 한 때 2타 차까지 안나린을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14번(파5) 홀에서 첫 버디를 잡은 안나린은 17번(파3), 18번(파4) 홀에서 연속 버디를 성공하며 결국 4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내며 정규투어 93번째 도전에서 꿈을 이룬 안나린은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면서 “13번 홀이 끝난 뒤 리더보드를 보고나서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4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자신감이 생겼다”며 감격적인 첫 우승을 되돌아봤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