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왼쪽)-축구국가대표팀 벤투 감독. 고양|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올림픽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왼쪽)-축구국가대표팀 벤투 감독. 고양|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4년 만에 펼쳐진 한국축구의 오늘과 내일이 펼친 첫 승부는 무승부로 끝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에서 2-2로 비겼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일부터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손발을 맞추고 있는 두 팀은 12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펼친다. 특히 이번 스페셜 매치는 홈&어웨이 형식으로 치러지고, 승자의 이름으로 1억 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을 위한 성금으로 기부할 수 있어 ‘친선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11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 방침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2차전에 관중 3000명의 입장을 결정했다.

1차전은 A대표팀의 홈경기로 치러져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U-23 대표팀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다만 2차전에서도 2-2 무승부의 결과가 나오면 승부차기가 진행돼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형님과 아우들의 2번째 승부는 어떨까. 벤투 감독과 김 감독은 모두 상당한 폭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두 사령탑은 1차전의 내용과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 A대표팀은 전반을 지배했고, 선제골을 뽑으며 분위기를 띄웠으나 후반 초반 내리 2실점해 경기 막판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의 동점골이 터질 때까지 줄곧 가슴을 졸여야 했다.

벤투 감독이 가장 불편해한 부분은 조직력이었다. 새 얼굴들이 많았고,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후반전의 경기력은 기대이하였다. 볼 점유율을 많이 내줬고, 패스 미스도 너무 잦았다.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도 좋지 않았다.

일단 아껴둔 카드를 대거 꺼내들 전망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주세종(FC서울)과 중앙수비수 정승현(울산 현대), 측면 수비수 심상민(상주 상무), 골키퍼 구성윤(대구FC) 등이 본격 테스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방위적 압박과 활발하고 빠른 빌드업, 경기를 지배하는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고유의 컬러를 뉴 페이스들에게도 폭넓게 이해시키려는 작업이 핵심이다. 벤투 감독은 “측면에서의 볼 배급과 활발한 공간침투가 있었다면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1차전을 되돌아봤다. 측면과 상대 배후공간 활용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U-23 대표팀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1차전 결과에 대해 “50점도 주기 어렵다. (NFC에) 돌아가면 혼쭐을 낼 것”이라던 김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로 새로운 축구를 하겠다”며 2차전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1차전 당시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을 적절히 가미했다면, 2차전에선 경기를 점유하면서 A대표팀을 괴롭히는 패턴도 예상할 수 있다. 1차전을 뛰지 않은 수비수 이상민(서울 이랜드FC)과 이유현(전남 드래곤즈), 한찬희(서울) 외에 후반 교체출전으로 경기시간이 짧았던 엄원상(광주FC), 김대원(대구), 김진야(서울) 등의 선발출전이 유력하다.

신중한 변화 속에 기존 철학을 이어가려는 ‘벤투호’, 배고픔과 열망으로 새로운 축구를 결심한 ‘김학범호’의 이색 충돌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