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김대명이 영화 ‘돌멩이’를 통해 데뷔 14년 만에 첫 ‘원톱 주연’ 자리를 꿰찼다. 앞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큰 사랑을 받은 터라 책임감과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그는 “연기를 위해 전과 달라지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김대명 첫 원톱 영화 ‘돌멩이’ 내일 개봉
불혹이지만 난 세상에 휘둘리는 아이
8세 지능 석구 연기하면서 작은 변화
모든 일에 틀린 게 아닌 다른 시선으로
슬의생 4인방 든든한 지원에 행복해요
세상에 홀려 정신을 잃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 올해로 딱 마흔 살이 된 연기자 김대명은 “불혹”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세상 일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 법’도 한데 어쩐지 자신만은 “이전과 똑같이 세상에 휘둘리고, 여전히 아이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아서다.불혹이지만 난 세상에 휘둘리는 아이
8세 지능 석구 연기하면서 작은 변화
모든 일에 틀린 게 아닌 다른 시선으로
슬의생 4인방 든든한 지원에 행복해요
그런 김대명의 일상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찾아왔다. “(모든 일이)맞거나 틀린 게 아닌 ‘다름’의 시선으로 한 번쯤은 생각해보려 노력”하게 됐다. 영화 ‘돌멩이’(감독 김정식·제작 영화사테이크)로 8세의 지능에 멈춘 지적장애인 석구를 연기하면서 생긴 변화다. 15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대명은 “그렇게 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는데 한 번 해보니 뜻밖에도 괜찮더라”며 소리 내어 웃었다.
“원톱 주연?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
영화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는 석구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범죄자로 몰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8살의 마음에 머문’ 석구는 김대명에게 “항상 이해하기 힘든 존재”로 다가왔다. 배우 김대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석구가 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개구쟁이였던 8살 무렵의 저를 끄집어내려고, 졸업한 초등학교에도 가봤고요.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는 한 시설에서 석구와 비슷한 친구들을 20년 이상 가르친 선생님들을 만나 자주 이야기를 나눴어요. 시설의 친구들이 만든 영화를 봤는데, 투박하면서도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들을 보면서 남아있던 편견까지 모조리 깰 수 있었답니다.”
김대명은 데뷔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았다. 5월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직후여서 더욱 더 큰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그는 “달라진 건 크게 없다”고 말한다.
“영상 인터뷰에서 제 자리가 진행자 바로 옆이더라고요. 갑자기 어깨에 무언가가 쌓인 기분이었어요. 부담감이 엄청났죠. 주연으로 현장에서 함께 작업한 배우·스태프가 행복한 기억을 많이 갖고 갔으면 좋겠다는 책임감도 많이 생겼어요. 그 외엔 똑같이 살려고 노력해요. 다른 걸 신경쓰다보면 연기에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아서요.”
배우 김대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슬의생’ 5인방, 진짜 친구가 돼 든든해요.”
김대명은 연말부터 ‘슬의생’ 시즌2 촬영에 돌입한다. 시작 전 ‘슬의생’ 동료들로부터 든든한 지원도 받았다. 함께 드라마 주연을 맡은 조정석, 전미도, 유연석, 정경호가 동료를 넘어 “진짜 친구”라고 했다. “‘돌멩이’ 홍보를 위해 모두 응원 영상을 보내줬어요. 그게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아는데, 흔쾌히 정성스럽게 촬영해 보내주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죠. 다들 또래여서 비슷한 고민과 일상에 대해 편하게 얘기를 나눠요. 정말 좋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함께 작업하는 게 행복하고 즐거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여러 차례 개봉을 연기했던 만큼 ‘돌멩이’의 관객에게 남기는 말도 남다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극장에 많이 와주세요’라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워요. 2시간여 동안 마스크를 끼고 영화 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런 상황에서도 마음이 동하셔서 영화를 선택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