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경기시간은 전·후반 90분이다. K리그의 한 시즌은 대개 팀당 38경기(올해는 27경기 체제)로 이뤄진다. 한 시즌을 통틀어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서 단 한번도 교체 없이 뛴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철인’이라 부른다.
철인이 되기 위해서는 체력이 우선이다. 주전 경쟁에서 앞서는 기량은 기본이다. 감독의 두터운 신뢰는 필수다. 또 부상 방지가 중요하고, 경기 중 퇴장이 있어선 안 된다. 모든 면에서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데, 이걸 다 갖춰야만 철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한 시즌 전 경기·전 시간 출장’은 지난해까지 모두 63차례였다. 이는 K리그1(1부)과 K리그2(2부) 모두 포함된 기록이다. 16경기로 정규리그를 치른 출범 원년엔 최기봉, 이강조(이상 유공) 김성부(포철) 유태목(대우) 등 4명이 대기록에 도달했다. 1990년대엔 기록 달성 선수가 없는 시즌이 더 많았다. 2019시즌엔 3명의 철인이 나왔는데, 팀당 38경기의 1부에서는 한국영(강원)과 송범근(전북), 팀당 36경기의 2부에서는 이인재(안산)가 영광을 안았다.
통산 최다 기록 보유자는 김병지다. 울산~포항~서울~경남~전남을 거치며 통산 최다 출장 기록(706경기)을 보유 중인 그는 총 6시즌(2004·2005·2006·2007·2010·2014년)을 무교체로 한 시즌을 소화했다. 이어 신의손과 이용발이 4회씩, 김영광과 김용대가 3회씩을 각각 기록했다. 이용발은 4년 연속으로 한번도 빠지지 않고 뛰었고, 김영광은 2부에서의 2차례 기록(2017·2018년)이 포함됐다. 김용대는 역대 한 시즌 경기수가 가장 많았던(44경기) 2012시즌 유일한 기록 달성자다. 이들의 공통점은 골키퍼라는 점이다. 주전을 꿰차면 쉽게 바뀌지 않는 골키퍼의 포지션 특성이 반영됐다. 필드플레이어 중에서는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유공에서 5시즌을 뛰는 동안 3시즌에서 전 경기를 무교체로 뛴 최기봉이 최다 기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경기수가 줄어든 이번 시즌엔 모두 4명이 대기록에 도전 중이다. 1부에선 조현우(울산)를 비롯해 송범근(전북) 강현무(포항) 등 3명이 24라운드를 모두 소화했고, 2부에선 박준혁(전남)이 23경기를 교체 없이 출전했다. 이들 또한 모두 골키퍼들이다. 특히 조현우와 송범근은 기록 달성은 물론이고 우승 후보인 울산과 전북의 골문을 지키고 있어 마지막까지 자존심 대결이 치열할 전망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