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파크 그라운드엔 10명이 함께 뛴다, 박경수도 함께!

입력 2020-10-16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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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그라운드에 없다고 해서 함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탈한 이는 가능한 시간 내내 팀 동료들과 동행하고 있으며, 남은 이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기다림을 표현한다. KT 위즈 선수단은 매 경기 박경수(36)와 함께 뛰고 있다.

박경수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우측 햄스트링 근육이 5㎝ 가까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복귀까지 4주 정도 소요될 것이란 진단이다. 부상 전날인 6일 롯데전서 KBO리그 2루수 최다홈런 신기록(148개)을 세운 직후 당한 부상이라 아쉬움은 컸다. 2003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이래 프로 18년만의 첫 포스트시즌(PS)을 앞둔 개인에게도, 주전 2루수가 갑자기 이탈한 팀에도 뼈아팠다.

하지만 박경수는 팀과 동행을 자처했다. 8일 부산에서 검진했을 때도 혼자 수원에 올라가는 대신 동료들과 함께 남았다. 이후 수원 홈경기 때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고 있다. 최고참급임에도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해왔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에서도 박경수의 이탈로 인한 분위기 침체를 우려했다. 다행히 박경수가 그라운드 밖에서나마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고 있으니 한시름 덜었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박경수는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고 있다. KT 선수들도 그와 함께한다는 마음을 담아 모자에 그의 이름이 새겨진 패치를 달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박경수는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고 있다. KT 선수들도 그와 함께한다는 마음을 담아 모자에 그의 이름이 새겨진 패치를 달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남은 KT 선수들도 박경수와 함께 뛰고 있다는 사실을 새겼다. 일반적으로 동료가 부상으로 빠질 경우 모자 또는 헬멧에 선수의 등번호나 이니셜을 새기는데, KT 선수단은 구단의 도움을 받아 아예 패치까지 제작했다. 수비에 나설 때마다 박경수와 함께 한다는 의미였다. 조용호는 눈 밑에 햇빛 차단 스티커 대신 박경수 패치를 부착한 채 타석에 들어서기도 했다. 박경수가 이탈한 뒤 2루수로 출장 중인 강민국은 공수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박경수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 남은 이가 잠시 떠난 이를 향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우는 맹활약으로 공백을 지우는 것이다.

박경수와 함께 키스톤 콤비로 활약해온 유격수 심우준은 “옆이 허전하다. (박)경수 선배 패치를 달고 더 잘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경수는 선수단에게 “그 패치 달고 못한다고 해서 내 탓 하지 말아라”고 너스레를 떨며 빠른 복귀를 다짐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수준의 부상이라 회복까지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생각보다는 예후가 빠르다는 희소식이다.

박경수 이름이 새겨진 패치를 달고 경기에 나온 KT 전유수. 사진제공|KT 위즈

박경수 이름이 새겨진 패치를 달고 경기에 나온 KT 전유수. 사진제공|KT 위즈





박경수는 부상 당일 오후 사직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기 전에 가을야구 상상을 많이 한다. 우리가, 지금 이 멤버가 PS에서 경기한다면 어떤 감정이 들지 모르겠다”며 뭉클함을 드러냈다. 현실적으로 KT의 PS 진출은 유력한 가운데 이제 어느 위치에서 가을무대를 시작할지의 여부만 남아있다. 박경수만 돌아오면 된다.

지금 KT위즈파크 그라운드에는 야수 8명과 투수 1명, 그리고 박경수까지 10명이 함께 뛴다. 물론 반칙은 아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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