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4연승’ 예상 깬 전자랜드의 화려한 ‘라스트 댄스’

입력 2020-10-1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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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스포츠동아DB

미국프로농구(NBA)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7)과 시카고 불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는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제목인 ‘라스트 댄스’는 시카고가 마지막 우승을 거머쥔 1997~1998시즌을 앞두고 당시 감독이던 필 잭슨이 내건 슬로건이다. 1997~1998시즌 이후 구단이 리빌딩에 돌입하기로 결정하자 조던~스코티 피펜~데니스 로드맨을 주축으로 한 선수구성으로는 마지막 시즌임을 알린 메시지다.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에선 인천 전자랜드가 ‘라스트 댄스’에 나섰다. 2003년부터 농구단을 운영해온 전자랜드는 올 시즌을 끝으로 물러나겠다는 방침을 내렸다. 이에 전자랜드 농구단은 ‘All of my life(내 인생의 모든 것)’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전자랜드는 오프시즌 동안 전력보강이 없었다. 총 25억 원의 샐러리캡 중 15억 원 가량만 사용했다. 소진율이 60%다. 10개 구단 중 샐러리캡 소진율이 70%를 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자연스레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개막 4연승으로 순위표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 시즌 아직까지 패배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승리하는 과정도 드라마가 따로 없다. 전자랜드를 10시즌째 맡고 있는 유도훈 감독(53)은 18일 전주 KCC와 홈경기(68-66 승)에서 66-66으로 팽팽히 맞선 종료 4.9초 전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는 이대헌에게 “(이)대헌아, 잘 봐. 오늘은 네가 한 번 하는 거야”라며 마지막 공격을 위한 패턴을 지시했다. KCC 수비가 전자랜드 주포 김낙현에게 몰릴 것을 예상하고 허를 찌른 작전이었다.

전자랜드 선수들은 마지막 공격에서 유 감독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볼을 잡은 이대헌은 골밑에서 자신에게 KCC 센터 타일러 데이비스가 다가오자, 에릭 탐슨에게 영리하게 패스했다. 탐슨이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극적 승리를 완성했다. 이는 중계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농구팬들에게 전해졌다. 선수에 대한 유 감독의 믿음과 작전을 수행해낸 선수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유 감독은 “개막 4연승을 해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단, 다른 팀의 전력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4연승에 마냥 기뻐하지는 않겠다. 매 경기 우리 모토대로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절실하게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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